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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빌리기

EgoDeath 2016. 2. 29. 00:47
어느 비 오는 날의 다음날이었다.
"헉, 츙츙이다"
우리 집의 처마 밑에서 1마리 츙츙이 웅크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츙츙은 마스코트처럼 아기자기한 외형으로 인해서 한때는 애완동물로서 인기가 높았던 새다.
간단한 말을 이해하고 희로애락이 있는 표정까지 갖고 있는데다 달콤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매우 드문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육이 어렵고 번식력이 강하거나 하는 이유로 키우지 못하는 주인이 속출했다.
그 결과, 버려진 츙츙이 야생화되었다.
야생화한 츙츙이 민가에 침입하고 식량을 군것질하거나 둥지를 맘대로 트는 등의 행동이 사회문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우리집에 츙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은 성가신 일일 수밖에 없다.

그나저나 이 츙츙은 이전에 애완동물가게 등에서 본 것과 달리 특징적인 벼슬이 일부 벗겨져있다  잘 보면 온몸에 상처도 있다.
게다가 가뜩이나 뚱뚱한 츙츙이지만, 이 녀석은 봐 줄 수가 없을 정도로 뚱뚱하다.

나에게 들킨 것을 깨달은 츙츙은 어딘가 필사적인 모습으로 내게 이야기했다.
"갑쟈기 마댱에 들어와셔 미안하댜츙. 그럐됴 부탹이 있댜츙, 쟘깐이라도 죻으니 여기 있계 해 줘라츙."
아무래도 이 츙츙은 이전에 사람한테 길러지고 있다가 버려진 것 같다.
츙츙의 말에 의하면 자기와 똑같이 버려진 츙츙과 함께 공원의 구석에서 살고 있었는데 어제 들개에게 습격당하고 몇 마리의 동료가 희생한 대가로 간신히 도망나왔다는 것 같다. 그러다가 우리집의 뜰에 숨어들어왔다는 것이다.

츙츙은 상처투성이가 된 채로 비에 젖은 탓인지 아니면 무서움 때문인지, 부들부들 떨고 있다.
"츙츙은 죠금 있으면 타마츙이 태어난댜츙, 그련뎨 이졔 더는 못 움직인댜츙, 그럐셔 여기셔 타마츙을 낳고싶댜츙."
과연 유달리 뚱뚱했던 것은 뱃속에 알을 배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지금 밖에 내던져지면 다시 안심하고 알을 낳을 장소를 확보할 체력도, 그럴 시간도 없기 때문에 죽고 만다는 것 같다.

"타마츙이 턔어나면 곧쟝 나갈꺼다츙, 그러니까 조금만 여기 있었으면 죻겠댜츙."
그렇게 말하고 츙츙은 날개를 맞추고 비는 듯한 표정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어뗳게 죰 부탁한댜츙...!"

츙츙같이 작은 생물이 태어나는 새끼 때문에 이렇게 안간힘을 쓸 줄이야.
자, 어떻게 할까.



1→ 이따위 것과 어울릴 필요는 없다, 빨리 내쫓아 버리자.
2→ 알만 낳으면 당장 나가라고 하고, 그때 내보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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