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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 그것은 항상 방심할 수 없는 곳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기다리고 있다.(역주 : 오에 겐자부로의 '후퇴청년 연구소'의 첫 부분의 인용으로 보인다.) 특히 기대이상의 성공의 그늘에는 반드시라 해도 좋을만큼 이 녀석이 도사리고 있다. 내가 파멸의 관에 발을 집어넣은 것은 바로 그런 때였다. 일 년 전의 그 순간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어떤 뒷골목의 도박장에서 대승리했다. 그저 놀이하듯이 플레이한 룰렛부터 바보처럼 승리했다. 계속 까불면서 포커와 블랙잭에서도 차례로 연승했다. 그곳은 평범한 뒷골목 카지노가 아니었다. 정재계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그 니시키노 그룹이 관리하는 카지노라는 것이 한결같은 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바카라를 할 때쯤에는 사기라도 친 것으로 의심받아 검은 옷을 입은 관리인들에게 끌려가지 않을까 하며 가슴이 내려앉기도 했다. 다행히 나는 검은 옷을 입은 이들에게 끌려가지 않고도 큰 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행운이 파멸의 첫걸음이었다. 나에겐 천성의 도박의 재능이 있다고 그렇게 믿고 말았다. 그렇다. 초보자인데도 그만큼의 돈을 손에 넣은 내 머리 속에는 제대로 일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어졌다. 그 이후로 전락은 빨랐다. 나는 그 뒤로 카지노에 매일같이 밤마다 자주 드나들게 됐다. 그리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계속 졌다. 처음에 딴 돈은 걷잡을 수 없이 빠져나갔다. 이길 수 없었다. 어떻게 해도 이기지 못했다. 룰렛이든 포커든 뭘 해도 이기지 못했다. 1달도 안 돼서 그 때의 돈은 바닥을 드러냈다. 그래도 나는 카지노 출입을 끊지 못했다. 이렇게 되자 다시 이성적 행동은 힘들게 되었다. 고집불통이 되고 이기려는 생각에 집착하게 되었다. 내가 그동안 모아둔 용돈에도 손을 댔고 마침내는 빚까지 내게 됐다. 여기까지만 해도 엉뚱한 전락인생이지만, 이걸로 끝나면 아직 귀여운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 완전히 종잣돈이 거덜나면 싫어서라도 도박을 그만둔다. 가장 곤란한 경우는 자유롭게 걸 수 있는 돈이 있는 경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죽은 아버지의 뒤를 이은 ボンボンの七光り社長이었다. 그래도 건설 업계에는 얼굴이 알려져있는 유력인사였다. 그래서 니시키노 카지노에도 드나든 것이었다. 그리고, 도박할 돈을 융통하기 곤란해진 나는 마침내 회사의 돈까지 손을 대어 버렸단 것이다. 회사 돈을 횡령한 것은 조만간 들켜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이사회에서 축출되고 사장 자리에서 쫓겨나고, 횡령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 건 회사 돈을 만회할 정도까지 따야만 한다. 그런 까닭에 머리속으론 내가 수렁에 빠진 것을 알면서도 오늘밤도 나는 그 카지노로 발을 옮기고 있었다. "XX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특별히 빨리 올 것까지야. 아무튼 오늘도 기꺼이 즐기겠어." "귀찮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만약을 위해서 회원 인증용 암호를 부탁합니다" "아아랐따고. "마키쨩 다이스키 무모앙에오". 됐지?" "협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정말이지 매번의 일이지만 괴상한 화두다. 검은 옷을 입은 직원에게 카지노 회원임을 나타내는 구호를 제시한 나는 플로어로 안내받았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상가 지하에 이 카지노가 숨어있다. 사치를 꾸민 층에 평소보다 손님이 많다. 그렇다, 오늘은 월 1회인 빅 이벤트가 있는 날이다. 그리고 나는 이 행사에 말 그대로 인생을 걸고 있었다. 그 이벤트는 '츙츙 레이스'다. 룰렛이 카지노의 여왕이고, 바카라가 카지노의 왕이라면 이 츙츙 레이스는 카지노의 폭군이다. 정석도 필승법도 없이 예측 불가능한 전개로 다른 게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배당률이 높다. 한번 빠지면 승승장구해도 빈털터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소리까지 듣는 위험한 게임이다. 츙츙 레이스는 츙츙을 특정의 코스로 몰고 어떤 개체가 이길지 예상하는 게임으로, 규칙 자체는 지극히 단순 명쾌하다. ORDER로 불리는 타입은 경주용으로 조련된 츙츙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 게임은 마치 실내 경마같다. 그러나 내가 도전하는 것은 ORDER이 아니라 CONFUSED라고 불리는 타입이다. 아마 오늘 여기 온 손님의 대부분도 여기에 도전하는 것이다. CONFUSED에서는 경주용 조련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츙츙을 무작위로 선출하여 경기를 치른다. 가뜩이나 변덕스러운 츙츙을 아무런 준비도 없이 경주시킴으로써 레이스 운영은 전혀 예측불가능해진다. 이것이 CONFUSED를 무질서, 카오스의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다. 내 수중의 돈은 회사 장부를 횡령하여 마련했던 2000만엔. 이 녀석을 한판 승부에서 와르르 늘리자. 괜찮아, 오늘은 이긴다. 아니, 이기지 않으면 내 인생은 여기서 끝이다. "그럼 오늘의 츙츙 레이스를 개최합니다. 참가하시는 고객께서는 우선 딜러에게 판돈을 베팅해 주세요" 안내 방송과 함께 다른 테이블에 있던 손님들이 일제히 특설 코스 근처로 모여들었다. 시작 5분 전에 레이스에 사용될 츙츙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뿌와ー오. 잘잤다츙" "배고파츙" "퓨아퓨아~♪" "똥마려워츙..." 큰 돈을 거는 우리들의 압박감과는 상관없이 츙츙들은 너무 경솔하다. 정말 보고 있자니 화가 난다. 내 인생이 걸린 건데…. 그래도 어떡해, 지금은 레이스에 이길 것 같은 츙츙을 살펴야지, 안 그래? 마음을 가다듬고 나는 레이스용 츙츙들을 두루 내려다본다. 레이스에는 총 12마리 츙츙이 참가한다. 얼빠진 얼굴로 노래나 부르고 있는 녀석, 이건 안 되겠다. 바보처럼 앉아있는 놈도 어렵겠다. 구석에서 똥이나 싸는 녀석은 논외다. 뭐야 뭐야, 이번 츙츙들은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잖아. 한숨을 내쉬는 내 눈에 문득 갑자기 연두 리본을 맨 츙츙이 보였다. "이 녀석... 이길까?" 연두 리본 츙츙은 우왕좌왕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궁금한 것은 그 다리이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다른 개체보다 약간 다리나 날개가 크게 느껴진다. 달리기를 한다면 유리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베팅 종료 시간이 다가왔다. "... 이렇게 되면 너에게 걸겠다. 어이! 연두 리본에게 2000만!" 나는 내 운명을 결정할 베팅 콜을 했다. 그 직후에 베팅이 중단됐다. 아이고, 아슬아슬했다. 그러는 사이에 각 츙츙에게 걸린 배당금이 공개된다. 내가 비장하게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연두 리본 츙츙은 의외로 인기가 낮아서, 만약 그 츙츙이 이긴다면 터무니없는 수준의 배당금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이기면 말이다. 아니, 이런 곳에서 무기력하게 되더라도 상관없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고 레이스의 시작을 기다렸다. " 기다리셨습니다. 츙츙 레이스, 스타트!" 딜러의 방송과 함께 츙츙이 뛰어나..갈리가 만무하다. 아까도 말한 대로 CONFUSED타입은 경주용의 조교를 전혀 하지 않은 츙츙을 쓰는 것이다. 시작 구령이 나왔는데도 열심히 달려가는 츙츙은 1마리도 없다. 제각기 노래를 부르거나 똥을 싸대고 있다. "알아들을 리는 없지만 제발 빨리 좀 달려라, 이 똥새들아..." 나도 모르게 혀를 찬다. 시작부터 5분 정도 가 지난 뒤에야 겨우 츙츙들 중 몇마리가 결승점 쪽으로 걸었다. 내가 건 놈은..좋아, 걷고 있구나. 하도 변덕이 심해서 다른 츙츙에 따라잡혀도 좋다. 어쨌든 골 쪽으로 걷는 것이 중요하다. "기상해라! 빨리 일어라아아아아아!" 옆 손님이 안면이 창백해져서 외치고 있다. 이 녀석이 건 노란색 리본 츙츙은 시작 구령이 있자 시작 지점에서 졸기 시작했다. 아이고, 얼마나 애통할까. "좋아! 그 상태다! 빨리 가!" 저쪽의 중년 아저씨가 발랄하게 성원을 보내고 있다. 그 아저씨가 건 남색 리본 츙츙은 순조롭게 결승점으로 가고 있었다. 그 후에 핑크 리본과 빨간 리본이 뒤를 따른다. 내가 건 연두 리본은 현재 4위다. 실내 코스지만 츙츙들에게는 충분히 편한 길이니까 아직 역전의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츄우우우우웅!?" 갑자기 울리는 츙츙의 비명. 바로 이 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츙츙 레이스 코스에는 여러가지 트랩이 마련되어있다. 마침 빨간 리본 츙츙이 코스 위의 함정에 빠진 것 같다. "아파츙!구해줘츙!" 함정 속에는 부서진 유리 조각이 대량으로 뿌려져있었다. 빨간 리본 츙츙은 지저분한 몸을 피로 물들인 채로 몸부림치고 있다. 이제 레이스에 복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좋다, 이것으로 경쟁자가 1마리 탈락했다. 활짝 웃었다. 빨간 리본에 건 놈들이 핏기 없는 얼굴을 한 채로 관객석을 떠났다. 이것으로 라이벌은 남색 리본과 분홍색 리본으로 압축됐다. 그 차이는 별로 없지만 이대로 계속되지 않고 진행되어버리면 나중이 괴롭다. 다른 트랩은 없나…그런 일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가 생각도 못했던 일이 내 눈앞에서 일어났다. "내친구츙, 지금도와줄게츙!" 이게 웬 일인가, 남색 리본이 스스로 함정에 들어가 빈사한 빨간 리본을 구출하려 했던 것이다. "자, 잡아츙. 츙!?" 그러나 우정의 힘도 살포된 유리 조각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 듯하다. 남색 리본도 이어서 유리조각에 관통당해서 오도가도 못하게 되어버렸다. 아, 남색 츙츙. 하지만 정말 불쌍한 것은 이 녀석에게 걸었던 손님들이다. "장난치냐 새꺄! 내 판돈은 어쩌라고오오오오오!" 아까의 중년 아저씨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 지르고 있다. 마치 삶은 문어처럼 불그락푸르락한다. 얼마나 걸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500만 정도로는 잽도 안 될 것이다. 어쨌든 이로써 또 경쟁자가 탈락한 셈이다. 좋아, 순풍이 불기 시작했다. "으샤! 다음은 핑크 리본 녀석이다." 핑크 리본은 묵묵히 골문을 향해서 걷고 있다. 연두 리본도 트랩을 회피하고 뒤따라 걷고 있지만 어쩐지 그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다. 좆같다, 이대로는 레이스가 끝나버린다. 뭔가 뭔가 역전할 기회는 없는 건가. "삐갸아아아!?" 머리를 싸매던 내 귀에 닿은 츙츙의 비명. 트랩? 그렇게 생각하고 얼굴을 든 나의 눈 앞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에헤헤...이젠 끝났다. 내 인생은 끝이야..." 어디선가 손님 중 한 사람이 어느 사이에 코스에 난입하여 선두로 걷던 핑크 리본 츙츙을 짓밟고 있었다. 잘 보니 아까 외치던 노란 색 리본에 건 고객이다. 패배가 확정되자 정신이 나간 것이다. 곧 검은 옷의 관리인들에게 붙잡혀서 안으로 끌려갔다. "이봐, 어떻게 된 거야, 이 레이스!" "이러면 안 되잖아!" 핑크 리본에 건 고객들이 제각기 불만을 흘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핑크 리본에 건 고객에게 환불과 사과금이 주어지는 것으로 레이스는 속행되었다. 그래, 좋아! 내가 바라던 전개가 됐어. 연두 리본은 순조롭게 골 근처까지 가고 있다. 그 앞에는 트랩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다른 츙츙들에 비해서 크게 리드를 취하고 있다. 여기선 이긴다! 이 레이스는 내 승리야! 나는 인생을 건 게임에 이긴 거다! 골까지 앞으로 얼마 안 남았다. 나는 도약하는 승리 포즈를 시전하고 싶어서 좀이 쑤셨다. "알, 알낳는다츙..." 엥? 지금 뭐라고 했어? "츙...!" 이봐, 좀 봐주라. 농담이지? 설마 진짠 아니겠지? 영국식 농담이지? 그렇게 말해줘! "츄우우우우우우웅!" 쑴풍 "우아아아아아아!?" 이 녀석은 하필이면 골 직전에서 알을 낳았다! 왜! 왜! 왜 하필 이 때 낳는 거야!? "츙츙의보물이야츙ー♪" 연두 리본 츙츙은 알을 안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망했다, 이건 본격적으로 망했다. "어이 똥새! 빨리 골까지 걸어! 걸으면 네 출산을 100번이라도 축하해 줄 테니까!" 나는 울면서 외쳤지만, 연두 리본은 알을 끌어안은 채로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3분 정도 지나자 다른 츙츙이 골 근처까지 다가갔다. "거, 거짓말이지? 왜 네가..." 그 녀석은 노란색 리본이었다. 출발 벽두에 낮잠을 자기도 하고 이놈에게 건 손님이 난동을 부려 끌려갔을 때도 한가롭게 똥을 싸고 있었다. 이 녀석이 바로 골 가까이까지 간 것이다. 다른 츙츙 대부분은 트랩에 걸려서 죽고 말았고. "제, 제발 적당히 좀 해 줘...이대로라면 내...내 인생이…" 나는 눈을 붉히며 빌었다. 하나님께 부처님게 빈 것처럼. 그러나 그 기도는 무자비한 방송에 묻혔다. "고오오ー오오오올! 1착은 노란 색 리본, 노란 색 리본입니다! 이 츙츙에게 돈을 건 고객은 팁을 드릴테니 모이세요! 1착은 노란 색 리본!" 넋이 빠진 나는 카지노의 별실을 찾았다. 내가 건 츙츙이 1등이 되지 못한 경우 그 츙츙을 떠맡을 수 있다. 물론 기르기 때문도 아니다. 도박에 진 원한을 씻기 위해 주는 것이 목적이다. 츙츙 레이스를 벌이는 카지노에서 진 손님이 날뛰지 못하도록 이렇게 제대로 단도리를 하는 것이다. 별실에는 나 외에도 도박에 진 손님이 똥새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 삶은 문어같은 아저씨도 이미 출혈로 죽은 남색 리본을 몇번이나 발길질했다. "타마츙, 귀여워츙. 츙츙을닮아서귀여운아이가될거야츙" 연두 리본은 소중하게 알을 안고 있다. 내 인내는 이미 한계였다. 난폭하게 알을 빼앗아 힘차게 벽에 던졌다. 달걀은 질척질척하고 더러운 액체상태로 바뀌었다. "츙!?타마츙한테뭐하는거야츙!" "시끄러임마!" 나는 연두 리본을 움켜쥐고 다른 주먹으로 힘껏 후려갈겼다. "츄브아아아아아!?" 내 핵주먹은 똥새의 얼굴을 정확하게 노리고 있었다. 연두 리본은 오른쪽 눈이 터지고 윗부리가 떨어지고 말았다. "너 때문에! 너 때문에에에에에에!" "츄갸아아아아아아아!?" 나는 솟아오른 분노를 모두 이 똥새에게 쏟았다. 벼슬을 뽑고 다리를 꺾었다. 왼쪽 눈에 엄지 손가락을 집어넣어 파내고, 부리를 찢어질 때까지 질질 끌고 날개를 뗐다. 이미 죽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 바닥에 내동댕이쳐서 고깃덩이가 될 때까지 짓밟았다. 이것으로 끝이다. 이제 회사 돈은 메울 수 없다. 끝이다. 끝장이다. 나는 아까의 노란 리본에 돈을 건 고객처럼 몇번이나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젠 시치미뗄 수밖에 없어보인다. 츙츙 레이스. 이런 것에 손을 댄 것부터가 이미 틀려먹었다. 나는 파멸이라는 관에 머리를 처박고 말았다. 독자 여러분들은 하지 않기 바란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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