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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츙

EgoDeath 2016. 2. 29. 00:30

도쿄도 치요다 구의 지저분한 상가 지하 층.
반경 1미터, 깊이 50㎝의 원형 구덩이--통칭"콜로세움"--를 몇명의 중년 남자가 에워싸고 있다.
여기에서는 통칭"투츙"로 불리는 불법 도박이 열렸으며, 호사가들이 연일 모여들곤 한다.

    「츄웅……겨우 만났다 츙……」
    「여긴 어디 츙……? 어두워 츙……」

    두 마리의 츙츙ーー각각 빨간리본과 파란리본을 붙이고 있다ーー이、마주본채 콜로세움의 양 끝에 놓였다.
    두마리 모두 오늘 막 잡힌 모양으로, 파란리본쪽이 약간 덩치가 크지만 어느쪽이든 훌륭한 생식능력을 지닌 새이다。
    서로의 존재를 알아챈것 같긴 하지만 별로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듯하고、불안하게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만 있다。

    츙츙은 매우 허약한 생물로, 조류인 주제에 날개달린 벌레조차 죽이지 못할 정도로 둔하며, 성격적으로도 느긋하고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냥은 커녕 동족같의 싸움조차 쉽사리 보기 어려울 정도다。
    츙츙은 흔히들 싸움에 적합하지 않은 동물로 여기고 있지만……특별한 약품을 맡으면 바로 돌변한다。
    어느 여고생의 소지품에서 추출한 향수, 이름하야 「호노 향수」라고 불리는 불법 마약이다。

    진행자가 구덩이 가운데에서 손을 펴고、「호노 향수」를 뿌려둔 티슈를 둔 순간。
    빨간리본츙「허너카츙!?」
    파란리본츙「허너카츙!?」
    츙츙의 눈빛이갑자기 변하여、티슈를 향해 돌진한다。

    빨간리본츙「허너카츙은 츙츙꺼! 꺼져 츙!!」
    파란리본츙「허너카츄웅--! 겨우 만났어 츙! ! 방해하지마 츙!!」
    두마리는 티슈를 둘러싸고 날카롭게 짖으며 혼전을 시작했다。
    빨간리본츙「닥쳐 츙! 허너카츙은 츙츙이랑 뿌와뿌와 할꺼야 츙!!!」
    파란리본츙「허너카츙이랑 라뷰라뷰 할꺼야 츙! 빨리 어디든 꺼져 츙!!」
    전신의 털을 떨며、양 날개를 펄럭이며、박진의 위협을 하는 두마리。
    대치는 그렇게 오래가지않고 마침내 결전의 포문을 열었다。
    빨간리본츙「화났다 츙!! 용서안해 츙!!」
    파란리본츙「올테면 와라 츄웅--!! 되돌려주겠다 츙--!!!」
    서로 날개를 파닥파닥이며 날개로 박수치는듯한 두마리의 익살스러운 모습에、회장은 폭소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파란리본츙「츄웅ー!」파닥파닥
    빨간리본츙「츙!츄우웅!!」파닥
    마스코트들이 재롱부리는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싸움이지만、츙츙에게는 진검승부 그 자체이다。
    때린 부분의 깃털이 벌레만이 아니라、깃털마저도 벗겨지기 때문에、콜로세움에는 하염없이 회색잔털이 흩날리고 있다。
    승부의 추세를 지켜보자면、역시 체격이 우세한 파란리본츙이 계속 우위에 있는것 같다。
    파란리본츙의 날개가 정확히 빨간리본츙의 뺨을 때리는 한편, 빨간리본츙의 날개는 파란리본츙의 급소는 커녕 배 아래를 스치는 정도이다。
    파란리본츙「이제 포기해라 츄웅ーーー!!」파락
    빨간리본츙「츄웅!?」 파악
    파란리본츙의 혼신의 오른쪽 스트레이트가、빨간리본츙의 부리에 곧바로 꽂힌다。크게 튀어나간 곳에는 출혈이 보이지만、그래도 기죽지 않는다。
    빨간리본츙「아파 츙……그래도 허너카츙은 양보못해 츙!!!!」
    빨간리본츙은 도움닫기로……날아올랐다。공중에서 거기다 속도를 더해、파란리본츙의 안면을 겨냥해 발길질을 했다。
    뿌직!!푸악!!
    파란리본츙「츄우우웅ーー!!츙츙의 눈이ー! 안보여 츄웅-!! 아파 츙ー!!」
    빨간리본츙「츄우우우……발아파 츙……못움직여 츙……」
    날아차기로 오른쪽 눈을 다친 파란리본츙은、고통을 견디지 못한채、눈에서 철철 흐르는 피를 날개로 막고있다。
    형세역전에 성공한 빨간리본츙도、날아차기의 반동으로 오른발을 접지른것 같고、착지후에도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일어날 줄을 모른다。
    몸의 털도 다 떨어지고、온몸에 시퍼렇게 멍이 든채、쓰러진 두마리。아무래도 통증 때문에 「호노 향수」가 약빨이 다한 모양이다。
    관중석에서、빨간리본츙에 박수를、그리고 파란리본츙에게는 욕설이 날아든다。앞서 대결을 논평하는 관객도 있다。
    츙츙은 약한 생물이므로, 어떤 공격이 승패를 어떻게 좌우할지 예측하기 어렵다。이것이 투츙의 매력이다。

    「투츙」은 어느 한 쪽 츙츙이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그것이 룰이다。
    싸움을 재개하기 위해、콜로세움의 가운데에 다시 「호노 향수」가、이번엔 츙츙들의 눈앞에 직접 분사된다。
    빨간리본츙「허너카츙!!!」
    파란리본츙「허너카츙!!!」
    두마리가 다시 일어난다. 이번엔 아까처럼 위협하지도 대치하지도 않고 바로 싸움이 시작된다。
    회장은 물밑처럼 조용해져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진지한 표정으로 바뀐다。제2 부가 시작된 것이다。



    파란리본츙「갚아주겠다 츄웅-!! 부셔리겠다 츙!!」
    다리를 다쳐서 움직이지 못하는 빨간리본츙을 파란리본츙이 오른발로 밟았다。 발톱을 빨간리본츙의 꼬리에 찔러넣어 움직임을 저지한다。
    빨간리본츙「아파 츙!! 츄우웅!! 츄우웅!!」
    파란리본츙「츙! 츙! 츙! 츙!」 펄럭펄럭펄럭
    빨간리본츙은 벗어나보려고 필사적으로 저항해보지만、파란리본츙에게서 벗어날수가 없다。이윽고 올라탄 파란리본츙의 양날개로 계속 난타당할 뿐이다。
    빨간리본츙의 머리는 피멍이 든 것도 모자라 울퉁불퉁해지기까지 한 한편、파란리본츙의 양날개는 어느새 털조차 다 떨어져나가、갈색살갗엔 어렴풋이 피가 배어 있다。
    파란리본츙「츙! 츙! 츙! 츙!…츙!…츙!…」
    투츙이 시작됐을 때부터 5분정도가 지났다。체력이서 우세하던 파란리본츙이었지만、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다。
    파란리본츙의 공격이 느슨한 틈을 놓치지않고、빨간리본츙은 몸을 크게 회전시켰다。
    빨간리본츙「ㅊ…츄우우웅!!!!」
    파란리본츙「츄웅-!?」
    파란리본츙의 몸이 기울며、빨간츙츙의 꼬리에서 파란 츙츙의 발톱이 빠졌다。
    꼬리에 남은 상처는 깊게 박여있던 파란츙츙의 발톱이 빠지자 피가 철철 뿜어져 나온다。
    빨간리본츙「츄우우우우웅!! 츄우우우우웅!!!」ザクッ ザクッ
    빨간리본츙이 다시 날아올라、공중에서 발톱과 부리로 공격했다。
    파란리본츙「츄우!? 안보여 츙!? 츄웅! 츄웅!」
    파란리본츙도 필사적으로 양날개를 버둥거려보지면、남은 왼쪽만으로는 시야에 한계가 있어서 방어조차 어렵다。파란리본츙의 머리가 빨갛게 여기저기 상처나고 있다。
    대량출혈을 한데다 오른쪽눈을 실명한데다、머리 여기저기에도 출혈이 계속되는 바람에、서서히 파란리본츙의 움직임이 둔해진다。
    파란리본츙「츄웅ー、츄웅ー…」
    빨간리본츙「이걸로 끝이다 츄우웅!!!!!」
    빨간리본츙의 왼발이 파란리본츙의 정수리에 꽃혀、볏 사이로 뇌수가 드러났다。
    파란리본츙「츄우우우우!!!츄우우우……쥬우우우…………쥬우우우…………」
    절규를 몇마디 되풀이하다가、파란리본츙은 숨이 끊어졌다。

    빨간리본츙「허너카츙!!허너카츙!!허너카츙!!허너카츙!!허너……카…ㅊ…」
    혈전을 치른 빨간리본츙도、「호노 향수」의 도핑효과의 반동으로、온몸이 너덜너덜하다。
    거의 날지 못하는 새인 츙츙이지만, 짧은시간이나마 몇번이나 날아올랐을뿐만 아니라, 날아올라 공격까지 햇으니、보통이라면 있을수 없을 정도의 체력적 부하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빨간리본츙「허・・・・・・ㅊ・・・・・・」
    이윽고 빨간리본츙도 숨이 끊어졌다。
    츙츙이 말없는 고깃덩어리가 된 지 몇초 동안 회장 전체가 환호에 들끓는다。
    한번의 「투츙」에서 두마리가 동시에 숨이 끊어진 경우는 흔치 않은터라, 회장의 흥분은 좀처럼 가실 줄을 몰랐다……

    이상이 일반적인 「투츙」의 풍경이다。
    표준적인 1 대 1 형식 외에、제한시간내에 피요츙이나 히나츙을 몇마리 잡아내나 겨루는 타임어택 형식이나、츙츙 여러마리를 한꺼번에 싸움붙이는 서바이벌 형식도 있다。
    평소 공원을 산책하는 온화한 마스코트같은 생물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비정상적인 광경에 매료돤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않고, 날마다 새로운 형식의 룰이 고안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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