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츙츙같이 작은 생물의 비장한 간청은 나에게 "불쌍하다"라는 감정을 느끼게 했다.
알을 낳는 정도의 시간이라면 봐줄 만하다.
"뭐 괜찮아. 대신 알을 낳게 되면 약속은 지켜라"
그렇게 말하자 츙츙의 표정이 번쩍하고 밝아지고,
"고맙땨츙! 졍말 졍말 고맙땨츙!"
하고 절을 하듯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
뭐야, 애물단지라고 들었지만 이렇게 보니 태도는 정중하고 꽤 귀엽잖아?
츙츙이 좋을 대로 할 것을 결정한 나는 녀석을 내버려두고 하루를 언제나처럼 지냈다.
다음날 아침 신문을 가지러 현관을 나오자 문 앞에 어제의 츙츙이 서 있었다.
양손에는 알을 소중하게 안고 있다.
"덕분에 타마츙을 낳을 슈 있었다츙, 너는 생명의 은인이댜츙"
그리고 꾸벅 고개를 숙이고 감사의 말을 했다.
"이졔 물러가겠댜츙, 이 은혜는 잊지 않겠댜츙"
"...그래, 잘 가라"
츙츙은 다시 한번 머리를 낮추고 알을 끌어안은 채 아장아장 걸으며 문 밖으로 나갔다.
무사히 출산한 것이 기쁜지 "츙츙의 타카야모노~"라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 노랫소리는 점차 멀어져갔다.
나는 어쩐지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그 날은 기분 좋게 지낼 수 있었다.
며칠 후.
신문을 가지러 현관을 나서니 처마 밑에 또 츙츙이 있었다.
이번에는 벼슬이 벗겨지지 않았고 다 큰 츙츙에다 솜털이 난 병아리까지 끼고 있는 이 2마리는 분명히 이전과는 다른 츙츙의 일가였다.
"미안하댜츙, 무서운 고양이한톄 쫒겨났댜츙, 잠깐만 숨겨줘라츙!"
"뾰뾰!"
개 다음은 고양이라고?
음, 조금만 있겠다니까 별로 방해가 없다면 상관없겠지.
그 대답을 츙츙에게 전하니
"고맙다츙! 너 챡해츙!"
"삐요!"
하고는
"퓨와퓨와~라뷰라뷰~"
"피아피아~라퓨라퓨~"
라며 피요츙들과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츙츙은 기분이 좋아지면 노래를 부른다고 한다. 츙츙하고 피요츙이 합창하는 모습을 본 나는 따스함이라고 할까, 가슴이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 약속대로 츙츙 일가는 없어져 있었다.
또한 며칠 후.
신문을 가지러 현관을 나서니 처마 밑에 또 다시 츙츙이 있었다.
이번에는 이전의 녀석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의 츙츙 한마리가 대체 어디가 엉덩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엉덩이를 짚고 앉아있었다.
"츙츙은 배고파셔 더 못움지겠땨츙, 먹을 꺼 죰 나눠줬으면 좋겠땨츙"
그리고 츙츙은 날개를 맞추며 어디가 목인지 모를 고개를 기울이고
"부우탁이야츙♪"
라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젠장, 좀 귀엽잖아?
"...조금만 기다려"
츙츙은 단것을 좋아한다고 들었었으므로, 아침 식사를 위해서 사둔 모 체인점의 도넛 중에서 알이 작은 도넛이 6개 들어간 상자에서 1알을 가지고 츙츙에게 주었다.
"고맙댜츙!"
츙츙은 두 날개으로 도넛을 능숙하게 빙글빙글 돌리다가 쪼아서 순식간에 비웠다.
"쟐먹었땨츙!"
그렇게 말하고 츙츙은 떠나갔다.
이 츙츙, 뚱뚱한 탓인지 엉덩이를 땅바닥에 문지르면서 걷는다.
그 바보 같은 모습에 절로 미소가 흘렀다.
그로부터 며칠 후.
아침에 일어나니 어디로 들어갔는지 부엌 밑에 츙츙이 있었다.
내가 불평을 말하기도 전에 츙츙이 외쳤다.
"부탹한댜츙! 살려줘라츙!"
츙츙의 말에 의하면 여기에 이르기까지 듣기에도 눈물겹고 이야기하는 이도 눈물겨운 사정으로 인해서 숨어들어왔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환풍구를 비집고 들어와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역시 집에 들이기는 곤란한 생물이므로 하루가 지나면 나가달라고 해야겠지,
"그 녀석들은 아직 쥬변에 있땨츙. 젹어도 3일은 여기 있어야겠땨츙"
라고 하므로 어쩔 수 없으니까 3일만 있게 하기로 했다.
츙츙은 먹다 남긴 밥 등을 주거나 하면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했다.
그로부터 더욱 더 며칠 후.
아침에 일어나자 부엌 위에 츙츙이 있었다.
오늘 아침에 주려던 어제 먹다 남긴 반찬을 랩 포장까지 열고서 먹고 있다.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이어서 음식 냄새에 덩달아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래도 역시 마음대로 음식을 먹는 일은 곤란하므로 주의하라고 당부하니
"미안하댜츙."
라며 고개를 숙였다.
며칠 후 츙츙은 나갔다.
냉장고의 햄이 하나 없어진 것을 나는 몰랐다.
더욱 더 더욱 더 며칠 후
다시 집 안에 츙츙이 있었다.
빨래 속에서 자고 있었다.
또한 더욱 더 더욱 더 며칠 뒤
또 다시 집 안에 츙츙이 있었다.
사둔 치즈 케이크를 먹고 있었다.
또한 더욱 더 더욱 더 며칠 후,
또 다시 집 안에 츙츙이 있었다.
소파 위에 똥을 싸대고 있었다.
......
....
..
어느덧 우리 집에는 자주 츙츙이 들어오게 되었다.
츙츙들은 음식을 맘대로 먹고, 벽장이나 옷장 뒤에 맘대로 둥지를 만드는 등 이제 제멋대로였다.
이제 우리 집에선 내가 모르는 사이에 츙츙이 천장같이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머무르고 말았다.
나는 언제부터 츙츙에게 마음을 허용했을까, 아아, 녀석들은 그걸 이용한 거야.
같은 피해를 당한 사람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똑같은 수법으로 발목을 잡힌 패턴이 발견된다.
요컨대 나는 츙츙에게 무시당하고 있었다.
"이런 젠장.."
휴일에 푹 자고 있자니 천장에서 예의 "퓨아퓨아~""라뷰라뷰~"가 들린다.
이제 이 노래는 내겐 소음일 뿐이다.
"시끄러워~!"
준비했던 막대기로 천장을 쿵쿵 찌르면 삐이삐이 떠든 뒤에 일시적으로는 가라앉지만 잠시 후 또 다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저항은 하나마나다.
또 평소처럼 생활하고 있자면 주방이나 탈의실 등을 츙츙이 가로지르고 있다.
멋대로인 츙츙에게 더는 용서란 없다, 발로 차거나 구겨진 신문으로 두드리거나 해서 퇴치한다.
"츄우우우우우우우웅!?"
"삐이이이이이이!"
그러나 퇴치하려고 츙츙을 때리자 귀에 거슬리는 단말마를 지르지않나, 피라든가 똥이라든가 흘리기까지 해서 처리가 귀찮다.
놈들은 비록 약하지만 끈질긴 놈들은 몇 차례나 공격해야 할 때도 많았다.
"이 새끼들이! 내가 만만해?"
"기쯋, 게쯋!"
밟을 때마다 츙츙은 비명을 지른다. 이 목소리가 더욱 나를 짜증나게 만든다.
"츄우우우우."
이윽고 츙츙은 절명하지만 바닥을 더럽힌 피나 체액 따위를 청소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전혀 가시지 않는다.
그저 우울할 뿐이다.
이제 신경질적으로 변한 나는 근본적 해결을 도모하기 위해서 업체에 구제를 의뢰키로 했다.
구제 방법으로는 구제전용 가스를 써서 츙츙을 일망타진하는 것인 듯하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히나츄우우우우우우우웅!"
"마뾰ーーーーー!"
"츄우우우우우우우웅!! 누가 좀 살려줘어어어어"
뜰에 있어도 츙츙의 비명 소리가 들려서 나를 짜증도록 만들었다.
"보세요, 이렇게나 많았습니다"
구제 업자는 그러면서 업무용 파쇄기에서 쓰는 큰 자루를 가져왔다.
투명한 자루 가득히 크고 작은 크기의 츙츙이 들어차있는 모습은 압권이었는데, 얼마나 집이 세기말적 상황이었는지를 증언하고 있었다.
"""기지...지..."""
잘 보면 자루 속에서 픽픽 경련하고 있는 츙츙이 보인다.
"...이놈들 살아있는 건가요?"
"네, 이번에 사용한 무취 마늘 가스는 그냥 마비만 시키는 가스이기 때문에 직접 죽이는 성분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인체에 무해한 가스로 구제하기 위한 것이니까요."
더구나 스트레스로 죽는 개체도 있겠지만요,라고 업자는 덧붙인다.
"...이 봉지, 좀 두들겨도 되나요?"
하고 물으니 업체는 잠깐 뭔가 짐작하는 듯하고 나서 웃더니
"그러세요. 이 부대는 특별제품이라 튼튼하니 안심하시고요. 다만 금속으로 찌르거나 하면 역시 찢어지니까 조심하세요."
그렇게 말하고 봉투를 내밀었다.
나는 금속 배트를 움켜쥐고 츙츙들이 든 자루에 내동댕이쳤다.
"이 새끼들! 잘도! 감히!"
일격에 일격을 미움을 담아 갈긴다.
"""피기잇, 삐욧, 츄붓"""
많은 츙츙들에게서 형형색색의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들린다. 웃음주머니가 아니라 비명주머니다. 웃을 수 있을리가 있나.
"죽어랏! 똥새! 죽어라!"
"""츙, 마븃, 비쯋"""
투명한 자루 속이 빨강색인가 노란색인가 갈색으로 물들어 간다.
두드릴 때마다 들리는 비명이 들리지 않을 때까지 나는 방망이를 후려쳐갔다.
그것은 나의 기분을 누그러지게 해 줬지만 업자로부터 넘겨받은 청구서 금액을 보고 또 억울함으로 가득해진다.
왜 내가 이런 일을...
이건 배드 엔딩이다, 나는 츙츙에게 사로잡히고 정신적 대미지에 돈까지 날려버렸다.
루트 2의 후일담
츙츙을 일소하고부터 1개월이 지났다.
우리 집은 마침내 평온을 되찾아, 수면부족도 개선되고 있었다.
비싼 돈을 치르게 됐지만 겨우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처럼 신문을 가지러 현관을 나서자 벼슬이 벗겨진 그 놈이 있었다.
나는 굳어졌다.
"오럔만이댜츙, 예전 일은 고마웠땨츙"
"덕분에 보다시피, 히나츙이 훌륭하게 컷땨츙"
"뾰뾰! 마마칭, 이건 누구칭?"
"이 샤람이 히나츙의 은인이야츙, 똑바로 감샤하다고 말햬츙"
"삐? 쟐 모르겠지만, 고맙댜칭!"
"정말로 고맙댜츙"
"..."
"그러고보니 섕각났땨츙, 너 츙츙 친구츙들을 구해줬지츙?"
...응?
"츙츙을 괴롭히던 사람도 커다랬는데, 넌 츙츙 친구들한테 친졀하게 해줬땨츙"
...어라.
"넌 츙츙들한테 친졀한 샤람이라고 소문냤땨츙"
...그렇구나
"갈 곳 없는(이쿠아테노나이) 츙츙에게 있어서, 넌 츙츙의 은인이댜츙, 어떻게 감샤해야 할지 모르겠땨츙"
...너였느냐
"츙츙이 비록 보답으로 쥴 건 없지만, 젹어도 히나츙이랑 노래라도 들어줘라츙"
"삐이삐이! 노래한댜칭!"
"퓨아퓨아~라뷰라뷰~"
"피아피아~라퓨라퓨~"
순간 머리 속에서 뭔가가 끊어졌다.
"피아피아~...뾰?"
히나츙의 머리 위에 나의 발바닥은 철퇴같이 내리친다.
구챳 하는 정신나간 감촉과 함께 녀석은 찌그러진 토마토가 되었다.
"……츙?"
득의양양하게 노래를 부르던 츙츙은 전혀 예상하지 않던 상황이 일어난 것에 이해가 가지 못하는 것 같다.
"히나츙? 엣..어쨰셔츙...?"
나는 츙츙의 벼슬을 잡고 들어올렸다.
"츄우우우우우웅? 아프댜츙! 아프댜츙!"
"똥새 새꺄,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츄붓? 게쯋!?"
배를 수차례 때리고 그대로 휘두르며 땅바닥에 내팽개친다.
하지만 볏이 강하게 찢어져서, 츙츙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베츗!?"
부드러운 잔디 위에 떨어졌으므로, 낙하 충격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애정을 담아 노래를 부르다가 공격을 받아 새끼가 죽고, 벼슬이 뽑힌데다 지금도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있다.
"어째셔츙...츙츙의 타카야모노가..."
"입 다물어라!"
쓰러진 츙츙 위에 그대로 발을 얹는다. 이대로 그냥 죽이지는 않는다.
"츄우우. 어째셔...넌 츙츙한테 친졀했는데츙... 왜 이런 쟌인한 일을 하는 거야츙...?"
"입 다물어라!"
그래, 말을 한다고 해서 그것을 들어준 것이 원래 내 잘못이야.
나는 서서히 발에 체중을 실어 간다.
"츄기이이이이...그만햬...아파츙."
천천히 힘을 준다. 그동안 나의 고통은 이런 것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규기기...샬려ㅈ...쥭겠쎠...츄우우."
탁탁 하며 뼈가 삐걱거리며 부러질 정도로 힘이 들어왔다.
거기서 더욱 느리게 하고 녀석의 몸이 망가지는 형태가 온몸에서 물씬 풍긴다.
"지...지...지..."
그리고, 아마 온몸의 뼈가 부러져서 내장이 찌그러진 듯한 시점에서 힘을 뺀다.
물론 가급적 오래 괴롭히기 위해서다.
"...츄."
나는 죽어 가는 츙츙을 저주를 담은 눈으로 계속 살폈다. 나의 저주는 너를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쓰레기같은 새끼는 태어나지 않아야 했고, 더욱이 새로운 쓰레기를 생산하는 것을 돕지 말아야 했던 것이다.
이렇게 츙츙은 나의 미움을 한 몸에 받고 절명했다.
나는 다시는 작은 생물을 동정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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