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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겨울, 도내 모처에서

EgoDeath 2016. 2. 29. 00:22





창문에 뭔가 상당히 무거운 것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서 커튼을 열고 베란다를 들여다보면, 꼴사나운 새가 굴러다녔다.
아까 소리는 이 녀석이 창문에 부딪힌 때문일까, 이상한 새는 기어가면서 몸을 질질 끌고 눈을 부릅뜨고 누웠다.
오늘은 일요일이고 벌써 밤도 늦다. 안타깝지만 이상한 새한테 신경 쓸 수는 없다.
커튼을 닫고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콕콕콕

이번에는 창문을 딱딱한 것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 커튼을 열자 아까의 츙츙이 유리창을 쪼고 있다.
나는 바쁘다.방해받을 수는 없다.
베란다로 나가서 츙츙을 따돌리려 하지만, 전혀 날아오르는 모습은 없고, 날카로운 소리로 츙츙 울기만 한다.
방으로 돌아와 쓰레받기를 가지고 이상한 새를 실어 집 뒷문으로 던져버렸다.
이런 이런, 엄청난 재난이다.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곧바로 헤드폰을 장착한다.

츙츙. 왕야후유얏츙 내놔 츙! 못 자겟어 츙! 추워 츙!
배고파 츙! 치즈케이크! 허너카츙! 츙츙!

부엌문 쪽에서 귀에 거슬리는 잡음이 들린다. 나랑 장난치자는 건가.

양동이 가득 물을 길어 뒷문을 나와서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신나게 뿌린다.
쀼이이이 하고 훨씬 날카로운 울음과 퐁당 하는 위세 좋은 물소리를 마지막으로 마을에 정적이 돌아온다.
츙츙은 시궁창에 빠진 것 같다.

방에 돌아오니 더러운 헝겊이 떨어진다. 아까 츙츄을 옮긴 때 쓰레받기에서 쏟아진 것일까.
손 끝으로 집어 쓰레기 통에 처넣고, 꼼꼼하게 손을 씻고, 텔레비전 앞에 정좌하고 헤드폰을 장착, 하얀 랜턴을 잡는다.
오늘은 일요일. TOKYO MX에서 "러브라이브!"재방송이 있다.
더구나 이번에는 1기 9화"원더 존".
나의 추천 멤버인 미나미 코토리가 메인 히로인이다.
작사가 힘들어진 끝에 도움을 부르는 장면에서의 "허너카쨩"을 경청하지 않고는 팬으로서 실격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츙츙의 울음 소리, 코토리와 조금 비슷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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