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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나는 책을 덮었다。솔직히 말해서, 좋은 아이디어 등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미대를 졸업하고 3년、역사에 남을듯한 예술가가 된것을 꿈꾸고 살아왔지만 상황은 전혀 좋아지지않고 오히려 더 나빠지고만 있다。
내가 최근 만든 작품은 내가 보기에도 볼품없는것들 뿐。생활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니까 아르바이트도 해야 한다. 아르바이트를 해야해서 창작에 투자하는 시간은 더욱 줄어든다. 마치 악순환이라는 단어를 그림으로 그린듯한 상황이다. 더욱이 내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데。
방의 구석에서 쿡쿡 하는 소리가 들린다。츙(・8・)츙이다。
가뜩이나 생활이 빠듯한데도 펫을 키우는건 곤란하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그러나 펫이라도 키우지않으면 외로움을 달랠 수 없었던 것이다。
「야 츙(・8・)츙、잘지내?」
나는 그애에게 중얼거리며、먹이를 주었다。여유가 있었던 학생때는 치즈케이크나 마카롱을 주었지만、가난한 지금 나에겐 값싼 새 모이 정도가 고작이다。
츙(・8・)츙은 、새모이를 쪼는데 별 맛이 없는 눈치다。
기르기 시작한 학창 시절 때는 치즈케이크나 마카롱을 맛있게 먹으면서 「주인님좋아 츙! 츙츙의마음을잘읽어줘서 츙!」라고 해주었지만。
「맛없어 츙。치즈케이크먹고싶어 츙」
기다려줘 츙(・8・)츙、꼭 위대한 화가가 되어 맛있는 것을 많이 먹여줄테니까。
솔직히、올해 싹수가 보이지 않았다면 포기하고 고향에 돌아가려고 생각했다。내게는 스폰서가 없어서、안팔리는 그림만 평생 계속그리는 비참한 인생을 견딜 힘은 없었다。
그러나、그 1년도 슬슬 끝난다。겁쟁이 주제에 쩨쩨한 나는 매일 조바심냈었다。역시 마음 어딘가에는 "나 자신은 위대한 사람이다"라는 자부심이 있었을지도。
그렇게 보내던 어느날、나한테 전화가 왔다。
「임팩트 있는 작품을 부탁하고싶은데요」
수화기 너머로 그런말이 들렸다。아마 내가 학생일때 그렸던 그림을 마음에 들어했던 모양이다。
「당신이 그리는 그림에선 뭐랄까 본능의 포효가 느껴져요。 그걸 다시 나타내주셨으면 해요」
사연인즉슨、오토노키자카에 새로 개장하는 대형 미술관 개막식에 내 그림을 전시하겠다는 것이다。그 세리머니는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전달될 것 같다。
처음으로 그 말을 들었을때、나는 장난치는 거라 생각했다。오토노키자카라면 칸다와 아키바 가운데 있는 유서깊은 곳이다。최근은 모 스쿨아이돌 덕분에 다시 이목이 집중되는 곳이다。그런 곳에 오픈하는 대형 미술관에, 나 같은 무명의 화가, 게다가 전문작품이 아닌작품을 전시하겠다니 상식외의 일이다。
하지만…。어차피 포기한 예술가의 길인데, 여기서 한번쯤은 도박을 해봐도 좋을지도 모른다。
결국、나는 그 의뢰를 수락했다。
다음날부터、나는 그림 제작에 착수했다. 계속하던 아르바이트는 이제 그만뒀다。지금은 그림에 집중하고 싶으니까。
솔직히 놀랬다.그만큼 부진 속에 있었는데 3일만에 꽤 만족스러운 작품이 완성됐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의뢰인에게 작품을 보여줬다。
「안됩니다。정말이지 제 기대에 못미치는데요」
의뢰인은 딱잘라서 그렇게 평가했다。
내가 아열실색하자、그는
「제가 말했지요。『학생일때 당신그림에선 본능의 포효가 느껴졌다』고。오늘 당신이 가져온 그림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진보했어요。그러나、그뿐입니다。그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미대에 가면 5만명이나 있습니다」
완전 실패다。나는 의기소침해져 집에 돌아갔다。
아파트에 돌아가자、츙(・8・)츙이 버스럭버스럭 날갯짓을 하고 마중 나왔다。지쳤을 때 날 격려하는 너의 미소는 최고야、츙(・8・)츙。최근 너는 웃어주지 않지만。
언제나처럼 나는 새모이를 줬다。그러자、츙(・8・)츙은 새모이를 케이지의 바닥에 쏟아버렸다。
「치즈케이크먹고싶어 츙!」
케이지에 뒹굴거리면서 떼쓰는 아이처럼 손발을 막 휘두르며 그애는 호소한다. 순간에 내 스스로가 한심해져 버리고 말았다." 위대한 예술가가 되겠다 "고 하면서 나는 펫 한마리에게 먹이 하나 제대로 줄수 없는건가。
나는 분발했다。지금의 그림을 어떻게든 완성시켜야 하잖아。
그렇다고、그렇게 간단히 걸작이 완성될 리가 없다。나는 또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다. 도대체 "본능의 포효"란 무엇일까?
어제부터 츙(・8・)츙은 변함없다。새모이를 건넬때마다 치즈케이크를 달라고 버둥거린다。그렇다고 차마 공복에는 당해낼수 없어서 새모이도 어찌어찍 먹긴 한다만。
그러는 사이에 마감일 전날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못했다。
츙(・8・)츙은 변함없다。오히려 더 심해졌다。「치즈케이크!치즈케이크!」라며 케이지의 그물을 마구 때리면서 따지는것이다。솔직히, 귀찮다.나 역시 지난 반년 동안 거의 정크 푸드밖에 먹지 못했는데。
본능의 포효…、본능의 포효…
그렇게 괴로워하다가 츙(・8・)츙과 눈이 마주쳤다。그리고 그때 알아차렸던 것이다。츙(・8・)츙은 나를 완전히 깔보고있다는 것을。나는 인간인 주제에 치즈케이크 하나조차 주지 못하는 무능한 인간으로 찍혀있다는 것을。
순간、지금까지 츙(・8・)츙에 대해 가진 적 없었던 감정이 고개를 쳐들었다。이녀석을 굴복시키고싶다。어느 쪽이 위인지를 확실히 하고 싶다。
패고싶다 생각했다。볏을 찢어 주자고 생각했다。눈알을 도려내어 주고 싶었다。통구이를 만들어주고 싶었다。어?
나는 환호했다。이것이야말로「본능의 포효」로구만…!
다음날、나는 캔버스를 천으로 덮고 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리고 츙(・8・)츙도 데려 갔다。그애가 없다면 모든것이 엉망이된다。
그리고 세레모니가 시작됐다.들은 대로, 인터넷 전송용 카메라도 켜져있다。
내 작품이 공개되는 차례가 왔다。간단하게 내 경력이 소개한 뒤 담당자가 기세 좋게 천을 걷었다。
캔버스에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았다。회장에 웅성거리는 바람이 분다。이것도 예상대로다。
나는 사회자에게서 빼앗듯이 마이크를 들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보시다시피 이 캔버스에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았습니다。지금 저는 、여기서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회장 여기저기서 한숨소리가 들렸다。우쭐대는 삼류 작가가 구닥다리 퍼포먼스를 하려는 수작으로 여길 것이다。
나는 가방에서 츙(・8・)츙을 집어넣은 바구니를 꺼냈다。낯선 곳에 데려온 탓일까、그애는 어느때보다 불괘하다。그때、나는 망치와 못을 꺼냈다。
나는 우선 츙(・8・)츙의 바구니에 손을 넣어 그애를 끌어냈다. 예상외의 사건에 그애는、그애는 「삐ㅡㅡ잇!」 울고 항의했다。나는 그걸 무시하면서、다른손으로 그애의 볏에 못을 찔러넣었다。갑작스런 통증에、그애는 「삐ㅡㅡ잇!아파 츙!」이라며 다시 반항한다。그것도 무시하면서、나는 망치로 못을 캔버스에 강하게 때려박았다。못을 다 때려박은후、다음은 손발도 마찬가지로 캔버스에 못으로 고정했다。
「삐이이잇! 아파 츙! 그만해 츙!」
츙(・8・)츙의 비명과 동시에、회장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것도 무시하면서、이번에는 등유를 캔버스 전체에 부었다。순식간에 회장이 등유냄새로 가득찼다。
자、마무리다。
나는 성냥을 문질러、캔버스에 부쳤다。
불은 순식간에 캔버스 전체에 번져 올랐다。
회장의 웅성거림이 비명으로 바뀌었다。
「뜨거 츙! 주인님살려줘 츙!」
츙(・8・)츙은 몸뚱이를 뒹굴며 필사적으로 불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못이 단단하게 박여있어서 도망칠수 없다。
「치즈케이크아니라도화안낼게 츙! 살려줘츙!」
츙(・8・)츙은 필사적으로 용서를 빌었다. 괜찮아, 츙(·8·)츙. 너는 내가 최고의 영감을 줬잖아. 결국, 너는 나의 뮤즈였다는 것?。
결국 누구도 불을 끄지 않았고 모든것을 불사른 뒤 불은 그쳤다。
남은 것은 캔버스의 잔해와、썩은 냄새를 뿜고있는 츙(・8・)츙의 타들어간 시체뿐이다。
이렇게 나의 일생 일대의 작품 발표회는 막을 내렸다。
모처럼이어서 그 뒤의 후기도 적어둔다。
경비원은 날 쫓아낸 뒤 경찰은 날 연행했다。
내가 추궁받은 혐의는 두개。방화와 동물학대다。
카메라로 촬영해버려서 발뺌할 수조차 없다。나는 아무말도 하지않고、경찰이 하라는대로 조사에 응했다。
훗날、나에게 내린 판결은 집행 유예의 유죄 판결이었다。앞으로 기업체같은곳에 취직할 수단은 없어졌나。뭐 좋다。이로써 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내가 전하고 싶은 것은 하나 더 있다。
아까도 말했듯이 세레모니는 인터넷으로 생중계되었다。그걸 본 츙(・8・)츙 주인들 사이에서、츙(・8・)츙을 화형시키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나의 행위가 인간이 지닌 가학 욕구에 문자 그대로 불을 붙였을지도 모르겠다。그렇다면、나는 염원하던 「역사에 남을 예술가」가 된것이 아닐까。
그렇게、나는 오늘도 다시 캔버스앞으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