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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EgoDeath 2016. 2. 29. 00:06

사람의 고민은 미진한 것이다.
오토노키자카에 양과자점이 들어선 지 5년이 된다. 단골 손님의 소문이나 열심히 한 광고의 결과 지난해에야 개업 자금을 회수한 곳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지도 못한 고민이 새로 생겼다. 츙(·8·)츙이다.
여기있는 여러분은 아시다시피 츙(·8·)츙은 치즈 케이크와 마카롱 등 양과자를 선호한다. 그리고 우리 가게는 놈들의 기호 그 자체의 맛과 같다. 바로 녀석들에겐 낙원이다.
츙(·8·)츙은 대개 밤에 인간들이 조용해진 뒤에 뒷문으로 침입하여 상품에 닥치는 대로 부리를 들이댄다. 그리고 동시에 대량의 똥도 남긴다. 보통 조류의 똥은 흰 것이지만 츙(·8·)츙의 똥은 인간이나 개와 똑같이 갈색이라 시각적인 혐오감도 강하다. 또 냄새도 강렬하다. 전에는 먹던 양 이상으로 상품을 잡아먹고, 언제나 이상의 똥을 싸고 가는 바람에 개점을 맞추지 못하고 결국 임시휴업하기도 했다.
나는 머리를 싸맸다. 겨우 궤도에 오른 장사였지만, 이대로는 소문이 퍼지면서 가게는 꾸려나갈 수 없게 된다. 고민고민해서 유명 양과자점에서의 힘든 수행을 거쳐서야 궤도를 타기 시작한 자신의 가게를 이 새 비슷한 것 때문에 망하게 하겠다는 것인가. 딱 질색이다.
나는 요즘 츙(·8·)츙의 포획을 시도하고 있다. 천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한번은 철저하게 혼내줄 생각이다. 그러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목숨을 앗아가게 되더라도 상관없다. 저 녀석들도 목숨을 걸고 가게를 터는 것이다.
우선은 항상 놈들이 진입하는 뒷문에 함정을 파놓아 보았다. 바퀴벌레호이호이(종이곽 모양의 컴배트)에 쥐덫 같은 낯익은 물건들이다. 그러나 녀석들은 의외로 지능이 높은 듯 이런 덫에 걸리지 않았다.
이것이 어떻게 된 것이냐고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다, 녀석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주자.
그 날 저녁 나는 뒷문에 유리병을 둔다. 그 안에는 치즈 케이크가 들어 있다. 치즈 케이크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병의 바닥까지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내려가면 밖에 나오지 못한다. 여기서 참새나 비둘기는 날아가서 달아날 수 있지만 다행히 츙(·8·)츙은 거의 날지 못하는 새이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을 기다릴 뿐이다. 나는 오랜만에 콧노래를 부르며 가게를 떠났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기대와 불안 반반으로 가게에 갔다. 과연 츙(·8·)츙은 걸려 있을까?
있다! 유리병에서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날개를 파닥파닥 흔들고 있다. 그러나 약간 뜨는 수준이다. 결국 공중 정지 같은 것인가?
츙(·8·)츙은 나로 인해 정신이 들자 순간 날개짓을 멈추더니 이번에는 보다 치열한 날개짓을 시작했다. 덫의 주인이 나타난 것을 감지한 것일까.
나는 병을 집어 올렸다. 그리고, 골판지를 가져와, 병을 완전히 거꾸로 뒤집었다.
갑자기 천지가 뒤집힌 츙(·8·)츙은 머리부터 지면에 격돌하게 됐다."삐이이익!" 하는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며 뒹굴고 있다. 그 후 나는 그 녀석을 덥석 잡고 들어올렸다. 그리고 강하게 쥔다. 마치 뱀이 먹이를 휘감아 조르듯이.
잘 보면 이 츙(·8·)츙은 병아리 같다. 어른과 달리 하얀 솜털로 뒤덮이고 있다. 부모는 함정을 눈치 챘지만, 아이는 걸렸다는 것인지?
그런데 이 녀석을 어떻게 할까. 지금까지의 원한만으로 심하게 나무란 끝에 죽이는 것도 좋다. 아니면 근처의 도둑 고양이의 먹이라도 할까. 그러나 모두 평범하고 재미 없다. 게다가 츙(·8·)츙은 이 녀석만이 아니다. 이 녀석을 죽인 곳에서 또 다른 녀석이 나타날 뿐이다.
문득 손가락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고 정신이 들었다. 목을 맨 츙(·8·)츙의 병아리가 내 손가락을 찌르는 것이다. 사람의 가게를 엉망으로 하다가 잡히면 공격까지 하는거냐. 나는 분노했다. 그리고 책상 서랍에서 송곳을 꺼내어 츙(·8·)츙의 등을 아래에서 위로 한꺼번에 찔렀다.
"삐이이익!"라는 목소리와 함께 손발을 허둥대며 휘두른다. 이는 마치 뱀장어의 꼬치 같다.
꼬치? 그렇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송곳으로 찌른 채 츙(·8·)츙을 잡으며 뒷문으로 되돌아갔다. 송곳은 뼈와 뼈 사이에 걸린 듯 떨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오히려 이 녀석의 아픔의 원인으로 보인다. 또 송곳이 마개 역할을 한 듯 큰 출혈은 하지 않았다.
나는 빨랫줄을 가져와 뒷문에 옆에 걸었다. 그리고 거기에 송곳을 끈으로 연결시킨다.
츙(·8·)츙 새끼는 요란한 비명을 지르고 도망치려 하지만 피할 수는 없다.
이는 이른바"허수아비"이다. 까마귀 액막이(カラス除け)라도 하겠다는 것 아닌가. 동료의 시체는 인간 외에도 큰 영향이 있다. 이 녀석도 오래 못 살 것이다. 훌륭하게 허수아비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자, 이제 폐점이다 싶었을 때 뒷문에서 묘한 소리가 들렸다.
츙(·8·)츙! 게다가 어미!
나는 급히 뒷문으로 향했다. 가보니 왠지 병아리는 아직 살아 있었다. 엄청난 생명력이다. 발등을 보니 어른 츙(·8·)츙이 필사적으로 뛰며 병아리를 구해내려 하고 있다. 아마 어미일 것이다. 어미는 리본 같은 것으로 머리털을 묶고 있고, 닭벼슬의 것과 비슷하게 생겼다.
자, 내가 이대로 이 녀석을 깔아뭉갤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재미 없어. 그런데 어떻게 할까..., 그래!
나는 어미 츙(·8·)츙을 막대기로 두드렸다. 그러자 부모는 "삐이이익!"하며 새끼와 비슷한 목소리로 머리를 누르고 쭈그리고 앉았다. 즉각 나는 부모를 잡아 올린다. 어미도 새끼처럼 필사적으로 내 손을 찔렀지만 그런 일은 상관 없어. 일종의 고양 상태였을까?
나는 어미의 볏에 붙어 있는 리본 같은 것을 찢어 주었다. 그러자 어미는 "삐이이익!"하며 새끼와 같은 비명을 질렀다.
나는 풀린 볏 비슷한 것을 장대에 묶었다. 위치는 새끼에게 닿을 듯 잡히지 않아 절묘한 위치.


이렇게 츙(·8·)츙 모녀의 허수아비가 형성됐다. 예상대로 이 허수아비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허수아비가 걸리는 동안 내 가게가 츙(·8·)츙에게 망쳐지는 것은 없었다.
당연하다고 할까, 모녀는 사흘 뒤에는 죽어 있었다. 먹이는 물론 물도 못 먹어 시체는 미라처럼 말라붙어 있었다. 여름에 햇빛이 강한 것도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른다.
이대로 시체를 방치하여 더 본보기로 하고 싶지만 역시 썩은 냄새가 풍기는 것은 못참겠다. 새로운 츙(·8·)츙이 필요하다.
나는 다시 치즈 케이크에 든 유리병을 뒷문에 설치했다. 원하건대 새끼가 걸리면 재미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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