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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EgoDeath 2016. 2. 28. 23:33

추워..여긴 어디야츙..

공장장 : 겨우 눈을 뜬 거냐. 오늘부터 너는 3/7/3/번/이다. 앞에 있는 견/본/대로 봉제해라. 이것이 너의 일이다.

뭐라고 하는 거야츙? 츙츙은 히나츙 피요츙과 산책하고 있었는데츙..!?
히나츙!? 피요츙!? 어디 있는 거야츙?

공장장 : 새끼들은 별실에 있다. 바느질이 다 끝나면 만나게 될 거니까 빨리 작업에 착수해라.

츙..잘 모르겠지만, 히나츙, 피요츙, 기다려츙..

여기는 츙츙 강제 노역장. 통칭 공/장/이다.
"왕야후유얏츙"으로 불리는 베개가 봉제되어 있다는 특성을 이용하고, 미니어처 의상을 만들고 있다.
잡거 빌딩의 1층에 진열된 케이지 안에 개별적으로 담아서 상시 1000마리 정도가 봉제에 힘쓰고 있다.
케이지 안에는 짚이 깔려 있고 안에는 작은 책상과 천조각, 통칭 견/본/으로 불리는 미니어쳐 교복, 그리고 물통이 놓여 있다.
평균 3개월이면 1마리가 소/비/되어 간다.

새끼들을 인질로 빼앗기고 있기 때문에 373번은 솔직하게 노동을 시작했지만, 그럴 이유가 없는 츙츙은
 좀처럼 노동에 착수하지 않는다. 373번과 동시에 공장을 방문한 252번도 그런 부류이고, 케이지에 들어가도 막무가내로 봉제를 시작하지 않았다. 

252번 : 빨리 구해줘츙! 놓아줘츙! 츙츙은 상관없어츙!
공장장 : 네 의사는 어쨋든 좋아. 빨리 일 해.
252번 : 싫어츙! 츙츙을 풀어줘츙!(카이호우=해방)

252번의 새된 항의가 공장 안에 울린다. 공장장은 말 없이 케이지를 열고 왼손으로 츙츙의 목을 잡고 쇠 막대를 꺼내들고 츙츙의 등에 바싹 댄다.
지이이이..
252번 : 츙! 츄웅!! 뜨거워츄우웅!
순식간에 항의는 비명으로 바뀌고 단백질이 타는 독특한 악취가 솟아오른다.
등에 닿은 것은 뜨겁게 달궈진 납/땜/인/두/이다.
츙츙을 케이지에 돌리고 책상 앞에 두고 다시 명령한다.
공장장 : 작업을 시작해라.
252번 : 츙..아파츙..츙츙은 잘못없어츙..
책상 앞에 앉아 훌쩍훌쩍 우는 252번의 케이지의 뚜껑을 열고 오른손을 깊이 넣어, 다시 인두를 바짝 댄다.

지이이..
252번 : 츙!!!
공장장 : 작업을 시작할 때까지 계속하겠다. 그만하게 하려면 빨리 작업에 들어가라.
252번 : 츙..츙..
눈물로 천조각을 적시며, 252번은 봉제를 시작했다.

이 공장에서 중요한 것은 츙츙 그 자체가 아니라 츙츙의 봉제 능력이다. 즉, 날개 이외는 어찌되든 상관없다.
실제로 공장에 있는 대부분의 츙츙에는 동그랗게 깃털이 타다 떨어진 흔적이 있고 개체에 따라서는 물집이 생겼다.
2번의 인두질로 징징거리는, 통칭 지/도/를 받은 252번의 등은 깃털만이 아니라 고기까지 타 버린 듯 그을음의 주위에는 피가 배어 있었다.
이 때의 상처가 원인이 되어 252번은 1주일 만에 죽었다. 등에서 꼬리까지 심하게 곪아 있던 통에 케이지에 피와 고름이 묻어 꼼꼼하게 씻어내야 했다. 그 결과 252번은 2만엔 정도의 적자를 냈다.

공장장 : 먹이 먹을 시간이다! 남김없이 먹어!
공장에서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케이지에 먹이가 반입된다.
소중한 날개를 더럽히지 않도록 먹이는 고체 덩어리로, 대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양은 적게 준다.
분량이나 맛에서 츙츙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너무 부족해서 처음엔 모든 츙츙이 거부반응을 나타낸다.
순순히 노동을 시작한 373번도 예외없이 처음의 먹이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다.
373번 : 이런 거 못 먹어츙! 더 부드럽고 달콤한 게 좋아츙!
전술한 바와 같이, 이 공장에서 중요한 것은 츙츙 그 자체가 아니라 츙츙의 봉제 능력이다. 츙츙이라면 어느 개체라도 상관없다.
굶어 죽게까지 일하고, 되도록 많은 제품을 만들어 주면 그걸로 되는 것이다.
373번의 클레임을 무시하고 공장장은 옆의 874번에게 먹이를 주러 간다.
874번 : 츙...
공장경력이 긴 875번은 무슨 짓을 하든지 이 조그만 덩어리(페렛)밖에 안 주는 것, 그리고 페렛을 먹지 못하고 굶고 일을 게을리하면 곧바로 지/도/되는 것을 몸으로 속속들이 알고 있다.

먹지 않으면 일할 수 없게 된다.
일하지 않으면 지/도/한다.
지/도/가 싫다면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움직이려면 먹어야 한다.

이해하면 간단한 것이다. 874번은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 지/도/를 피하기 위해서, 맛없는 펠렛을 갉아야만 한다. 
표정을 바꾸지 않고 짚 위에 놓인 펠릿을 으드득으드득 갉는다.
볏의 대부분이 빠지고 신체 곳곳에 그을음이 생겨 흙빛의 맨살을 드러내는 지칠 대로 지친 874번.
공장 생활을 거친 츙츙들은 모두 최종적으로는 874번같은 상태에 도달한다.

먹이를 거부하고 봉제에 매달렸던 373번. 그러나 결국 공복을 견디지 못하고 몇 시간 후에 알갱이에 입을 붙였다.
373번 : 맛 없어츙.. 히나츙 피요츙과, 과일, 먹고 싶어츙.. 히나츙, 피요츙, 기다려츙..!
새끼새들과의 행복한 식사 광경을 떠올렸다가 373번은 다시 봉제를 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츙츙은 짜증스러워하지만서도 펠렛을 먹게 되는데 개체에 따라서는 펠렛을 먹지 않는 것들도 있다.
830번이 그 전형이다.
애완동물가게에서 분양되지 못한 830번은 오랫동안 일반적인 애완용 츙츙과 같은 수준의 식생활, 즉 치즈 케이크와 마카롱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만 먹고 살아왔기 때문에 소화기관이 퇴화해 버렸다.
공장에 와서 이미 5일이 지나고 그 사이 전혀 식사를 하지 않고 물만으로 연명하고 온 830번이지만 당연히 일할 힘이 날 리가 없고, 그 결과 등부터 꼬리까지 많은 탄 자국이 새겨지고 있다.
830번 : 배고파츙.. 이제 한계야츙...
펠릿을 갉아 입에 넣고 물을 삼켜보는 830번이지만...
830번 : 츙..츄...췍...
토하고 만다.
잦은 구토와 지/도/로 830은 내장도 피부도 낡아가고 있다.
공장장 : 너 말이야, 몇 번이나 지/도/해야 알아듣겠냐?
지이이이..
830번 : 츄우우우
뜨거움에 대해서 반응할 만한 기력도 체력도 남지 않았다. 남땜 인두를 갖다대도 약간 몸을 벌름거리다가, 누운 채 움직이지 않는다.
공장장은 납땜 인두를 넣고 전자 충격기를 꺼낸다.
빠직!
830번 : 츙!?
처음 겪는 뜨거움과는 다른 아픔에 놀라서 830번은 반사적으로 일어선다.
공장장 : 책상 쪽 보고. 일해라.
830번 : 츙...츙...

이튿날 아침, 830번은 책상에 엎드린 채 숨을 거두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일어날 수 있었지만, 그 후 움직을 수 없었던 것이다.
메마른 토사물로 얼룩진 짚과 함께 830번의 시체는 쓰레기 봉투에 넣어졌다.

케이지의 깔린 짚도 매일 같은 시간에 교체된다. 먹이의 양이 적다고 해서 대변까지 안 보는 것은 아니며, 궁극적으로는 생산되는 제품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 청소가 필요한 것이다.
청소라고 말하면 그럴싸해보이지만, 츙츙을 케이지의 구석으로 몰아붙이며 깃을 모두 꺼내고 새 것으로 갈아 끼우는 것이다. 단순한 작업이다.
오늘의 짚 교체 담당은 신입 공장직원이 맡고 있는 듯하다.
공장직원 : 더럽네.. 정말 지독한 새로구만.
556번 : 츙츙은 츙츙이야츙! 똥새가 아니야츙!
공장직원 : 시끄러. 너는 똥새야. 똥에서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 놈이야. 귀찮으니까 적당히 찌그러져있어.
바스락바스락
556번 : 얼굴츙(카오츙)에 똥츙(웅츙) 묻었어츙(츠이타 - 붙다 라는 의미의 츠쿠가 사용되엇을 것.)! 더러워츙(키타나이일 것임)!
공장직원 : 하하하! 똥새가 똥 처먹었네! ㅋㅋㅋㅋ
공장직원이 제대로 구석으로 못 몰았더니 얼굴이 똥으로 더러워진 556번은 열심히 날개를 움직여 얼굴에서 똥을 씻어냈다.
공장직원 : 야 똥새. 날개를 더럽혀? 뭐 하는 거야!
556번 : 츙? 츙츙은 나쁘지 않아츙...
공장직원 : 시치미 떼지 마! 스턴건으로 지/도/할테니까 이 똥새!
556번 : 찌리리(비리리)츙 싫어츙! 제대로 일 할테니츙! 용서해줘츙! 부탁이야츙.. 찌리리츙 싫어츙...
공장직원 : 이미 늦었어! 온몸을 다 벗겨버릴테다. 똥새주제에 번거롭게 만들다니..
공장직원이 스턴건을 꺼내 출력을 조정하자 화가 난 공장장이 왔다.
공장직원 : 공장장님! 똥으로 날개를 더럽힌 똥새를 처리할테니 봐 주세요!
556번 : 츙!! 용서해줘(츙을 안 적음)!용서해줘츄-웅!츙츙 괴롭히지마...(츙을 안 적음)
희희낙락한 공장직원의 제안과 556번의 간청을 공장장의 함성이 일단락시킨다.
공장장 : 똥은 너잖아! 네놈의 부주의 때문에 날개를 더럽히는 거겠지! 네놈의 실수를 츙츙에게 떠넘기지 마!
공장장에게 제지당한 공장직원을 보고 556번은 안도할 뿐 아니라 홀가분한 기분까지 들었다.

공장장 : 요즘 젊은 놈들은 비용 감각이 없어서 큰일이야... 1마리 날리게 생겼잖아.
찌리리릿!
556번 : 츄우우우웅!?
스턴건의 최대 출력에 의해 기절한 556번은 버려지는 짚단과 함께 봉투에 넣어 반출되었다.
츙츙의 똥, 통칭 똥츙츙(웅츙츙)의 때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서 똥으로 인해 날개를 더럽힌 츙츙은 그 자리에서 솎아 낸다.

"새끼새들과의 상봉"이라는 희망을 믿고 열심히 노동에 매진한 373번이었지만, 반 년이 지날 때에는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다. 바싹 말랐고, 벼슬 뿐만 아니라 깃털도 여기저기 빠지고 있다. 눈의 초점도 없었고 입은 반쯤 헤 벌어져 있다.
무엇보다 날개가 한계였다. 깃털은 모두 여기저기 떨어지고 살갗이 노출되어 어렴풋이 피가 배어 있다.
공장장 : 교대할 시간이다. 수고했어. 넌 훌륭하게 네 역할을 다 해냈어.
373번 : 끝났어츙...? 히나츙 피요츙을, 만나츙..?
공장장 : 아, 만나게 해 줄게.
373번 : 해냈어..츙..히나츙..피요츙..





공장장은 373번을 잡고, 뒤뜰로 끌고 가..마음껏 짓밟는다.
373번 : 츙? 츄우우-웅! 아파츄웅!
그동안 다부지게 행동해 온 373번이었지만 온몸의 뼈가 삐걱거리다가, 심각한 나머지 울부짖었다.

두득 빠직빠직
3731번 : 츄- 괴롭히지마..츄우..츄우..
공장장은 373번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쓰레기의 부피를 줄이고 있을 뿐이다.
온몸의 뼈를 부서지고 압축된 373번은 다른 쓰레기와 함께 다음날 아침 소각되었다.

공장장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다.
373번의 새끼들은 바로 모두 애완가게로 반출되었지만 피요츙들은 모두 이별의 스트레스로 죽고 히나츙은 남겨진 결과 투츙장(투계장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에 제공되어 죽어 있었다.
공장장 : 만나게 해 줬어. 천국에서.

다음날.
츙? 여기는 어디츙? 냄새나고 더러워츙.
공장장 : 오늘부터 너는 3/7/3/번/이다. 앞에 있는 견/본/대로 봉제해라. 이것이 너의 일이다.
다음 373번이 보충됐다.

여담이지만,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주로 애완동물 가게로 납품된다.
소녀 : "오늘은 츙츙이가 집에 온 반년째 기념일이라서 예쁜 양복 사주려고요-♪"
와-이츙! 퓨와퓨와-라뷰라뷰-
츙츙들이 어찌되든 인간 중에서도 츙츙 전용 의류 생산 과정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애완동물로서 츙츙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츙츙 전용 의류 수요도 증대한다.. 노동하고 소/비/되는 츙츙도 늘어난다.

츙츙 업계의 어둠은 깊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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