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츙츙들은 기분이 좋거나 혹은 그들끼리의 연대감을 다지기 위해 '노래'를 부르는 습성이 있는데, 특유의 리듬감과 (애호가들의 말을 빌리자면)'뇌가 녹는' 듯한 오묘한 음색이 특징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츙츙의 노랫소리가 태교에 좋다'라는 속설이 세간에 퍼지면서, 츙츙의 노래를 들으러 숲에 가는 임산부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레코드사들이 '츙츙 태교 CD'라는걸 발매하면서, 굳이 숲으로 찾아가지 않아도 츙츙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상당한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중이다. 허나, '실제 야생 츙츙의 노래를 녹음했다' 라는 광고 캐치프라이즈와는 다르게 실상은 거의 시궁창이다.
이곳은 도쿄 치요다 구에 위치한 어느 건물 지하실, 병아리를 합쳐 총 8마리의 츙츙 일가족이 케이지 안에 갇혀있다. 일가족이 다 들어앉기엔 케이지가 꽤나 좁은데다가, 어제까지만 해도 숲속에서 뛰놀던 츙츙들이 좁고 어두컴컴한 지하실에 갇혀있게 되니 하나같이 다 기운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시계가 5시를 가리키자 테이블 위의 알람이 울린다. 쇼파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한 사내가 잠에서 깨어나, 선반 위의 저가형 츙츙 사료를 케이지 안으로 대충 적당히 뿌린다. 이 사료는 식용 츙츙 사육장이나 공장에서나 쓰이는 싸구려로, 달콤한 과일을 좋아하는 야생 츙츙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츙츙들도 적잖게 배가 고팠는지 사료를 허겁지겁 먹어치우지만, 썩 만족스럽지는 않아보인다.
"이런거 말고 달콤한거 먹고싶어츙..."
"마마칭, 산딸기 먹고싶어칭"
"삐요..."
"인간츙! 여기서 풀어줘츙!!"쾅쾅쾅
츙츙 한마리가 철창을 흔들며 투정을 부리자 마자,
"아 졸라 귀찮게 구네...주는대로 쳐먹어 똥새들아!"
하며 종전의 그 사내는 케이지를 발로 세게 걷어찬다. 케이지가 크게 흔들리자 츙츙들은 겁먹은 채로 조용해졌다. 츙츙은 기쁠때 노래를 부르는데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좋다고 노래를 부를 리가 없다. 하지만 다 방법이 있다. 안부른다면 부르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츙츙에게 환각제를 투여하여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이다.
이제 슬슬 때가 됐다는 듯 옆에서 폰 게임에 열중하던 사내는 츙츙의 노래 녹음을 할 준비를 하기 위해 서랍에서 상자 하나를 꺼낸다. 그 상자 안에는 비밀 루트로 입수한 알 수 없는 환각 약물과 그리고 소형 주사기가 여러개 들어 있다. 케이지를 열고 약물을 주입할 시간이다. 드디어 풀려났다는 듯 바깥으로 달려나가는 츙츙들을 한마리씩 낚아채서 몸뚱아리에 주삿바늘을 꽂아 약을 주입한다.
"츙?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잇!!! 아파츙! 아파츙!"
"쮸우우우우웅! 아프다츙!"
"뾰오?!?! 마마-!" "츙츙의 타카야모노한테 나쁜짓 하지마츙!"
주사가 꽤 아팠는지 츙츙들이 꼴사납게 울부짖는다. 이제 슬슬 반응이 올 때가 됐다. 대략 3분 정도 지난 후, 약효가 드디어 발휘하기 시작했다.
"...츙? 갑자기 세상이 뿌와-오 하게 보인다츙"
"마마칭! 모두 반짝반짝거려칭! 신난다칭!"
"공기가 달콤해서 쀼아쀼아해츙...기분좋아츙..."
"허너카츙! 허너카츙! 드디어만났어츙!"
약빨이 제대로 먹은 듯 하다. 심지어 한 녀석은 헛것마저 보이는 듯 '허너카츙' 하며 이상한 소리를 지껄이기도 한다. 이제 이 맛탱이가 간 새들을 녹음 부스 안으로 유인해야 한다. 부스 안에 방향제를 적당히 뿌리자 츙츙들은 "달콤한 냄새가 난다 츙! 츙츙의 왕야존이야츙!" 하며 녹음부스 안으로 달려갔다. 이제 녹음을 받아낼 시간이다. 잠시 후 츙츙들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뿌와-오"
"뿌와-오"
"쀼아쀼아~ 라뷰라뷰~"
"삐아삐아~ 라비라비~"
"달콤해츙~ 반짝반짝츙~~"
기본적으로 츙츙의 지능은 매우 낮지만, 음악적 감각 하나는 꽤나 발군이다. 어미츙과 새끼츙들이 마치 2부 합창을 하듯 질서정연하게 일정한 박자에 맞춰서 특유의 달달한 목소리로 노래실력을 뽐내고 있다. 심지어 어떤 츙츙 하나는 단순히 쀼아쀼아 라뷰라뷰만 하는게 아니라 "달콤해", "반짝반짝", "허너카츙" 하면서 애드립까지 넣는다. 이렇게 츙츙의 노래는 약 30분 정도 이어졌다.
시간이 지난 후 츙츙들은 노래를 마치고 만족했다는 표정으로 녹음 부스 안으로 걸어나왔다. 이제 슬슬 약기운이 빠질 시간이다. 참고로 이 환각제는 상당히 독해서, 약에 취해있을땐 체감되지 않지만 환각 효과가 풀리고 나서는 극심한 우울감과 함께 몸의 이곳저곳에서 피가 터져나오는 증상을 보이게 된다. 폭력성이 다소 상승하는 부작용은 덤이다.
"언니칭, 히나칭이랑 같이 놀자칭"
"칭...칭칭은 지금 기분안좋다칭...건드리지마칭..."
"놀자칭! 놀자칭! 왜안놀아줘칭!"
아직 약빨이 가시지 않은 히나츙 하나가 약빨이 빠져 기운이 없는 언니 히나츙을 자꾸 귀찮게 군다.
"허너카츄...웅? 허너카츙이 없어졌어츙?!"
"츄웅...츙..쮸우웅...츙...츙..."
다 큰 츙츙들도 마찬가지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헛것이 갑자기 보이지 않게되자 절망하는 녀석도 있고 또다른 녀석은 이유없이 계속 우는 소리만 내고 있다. 특히 자그마한 병아리들은 약의 독성을 견디지 못해 거의 죽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뵤...피요..." "마-삐요.." "삐이이..."
"츙? 피요츙들이 이상해츙! 피요츙! 정신차려츄웅!"
"..." 털썩
"츄우우웅! 피요츙! 일어나츙! 츙츙의타카야모노!!!"
급기야 새끼 츙츙들은 툭 하고 그자리에 쓰러지고 만다. 죽어 버린 것이다. 절망한 어미츙은 약의 독성에다가 정신적 충격까지 더해져 자기 새끼들과 마찬가지로 그자리에 기운이 다 빠진 채로 쓰러진다. 약의 영향으로 몸의 이곳저곳에서 피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츄...츄웅...피요츄웅...츙츙의 피요츙들...같이 노래해츄웅..."
어미츙은 계속 헛소리를 중얼거리다가 마침내 과다출혈로 죽어 버리고 만다. 바닥이 피로 흥건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아까 전의 히나츙 자매들이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왜 안놀아줘칭! 귀여운 히나칭이랑 놀기싫은거야칭??"
"너따위 하나도 안귀여워칭! 귀찮게하지마칭!"
"삐이이이이잇!!! 칭칭한테 나쁜말하지마칭!"
"...둘다 시끄러워칭...히나츙은 졸려칭...조용히좀해칭..." 옆에서 자고있던 히나츙 하나가 갑자기 끼어들어 말을 꺼낸다.
"넌또 뭐야칭! 죽어버려칭!" "찌잉?!"
화가 난 언니 히나츙은 잠투정을 부리던 녀석의 머리를 부리로 쪼아 죽여 버린다. 약의 부작용인 '폭력성'이 발동한 것이다. 머리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그 사이로 뇌수가 줄줄 흐른다.
"너도 죽어칭! 언니칭을 귀찮게한 벌이야칭!"
"칭? 삐이이이이이이이!!"
이번엔 아까부터 놀아달라고 조르던 녀석을 부리로 마구 쪼아 죽여 버린다. 온 몸에 부리로 상처를 내서 피투성이가 되버린 히나츙의 몰골은 그야말로 끔찍하다.
"칭...치이잉...꼴좋다치잉...칭......치이잉????? 무서워칭! 더러워칭!"
갑자기 정신이 들었는지 동생 히나츙들의 시체를 보고는 언니 히나츙은 기겁하고 만다. 방금전까지 분노에 몸서리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히나츙은 순식간에 죄책감에 휩싸이게 된다.
"칭칭의 동생칭들...내가다죽였어칭...히나칭은 나쁜아이야칭...."
숲속에서 동생들과 즐겁게 뛰놀던 때가 떠올라 죄책감이 더해진다. 결국 히나츙은 벽에다가 스스로 머리를 세게 부딛혀 자살하고 만다.
다른 한편에서는 아까부터 허너카츙 허너카츙 하며 헛소리를 하던 츙츙 한마리가 기운 없는 모습으로 쓰러져 있다.
"허너카츄웅...허너카츄웅이 보고싶어츄우웅...츙? 몸이 이상해츙!"
이 녀석도 과도한 스트레스와 약기운으로 인해 몸에서 피가 저절로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게다가 아까부터 계속 '허너카츙'을 부르짖으며 찾다보니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지를 보지 못했는지 자신을 제외한 일가족이 모두 전멸한 광경을 이제야 발견하고는 크나큰 충격을 받는다.
"츙? 마마츙! 히나츙! 피요츙! 어떻게된거야츙!!!"
이제 이녀석도 숨을 거둘 때가 된 듯 그자리에 털썩 쓰러지고 만다.
"츄웅...히나츙들....피요츙들...마마츙....다 죽었츄웅...나도 죽고싶어츄웅..."
숲속에서의 행복했던 나날들이 눈앞에서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점점 의식이 흐려지다가 마침내 마지막 남은 녀석 하나도 죽고 만다. 이렇게 츙츙 일가는 전멸하고 말았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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