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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의 복수

EgoDeath 2016. 2. 29. 00:53

어느 휴일 오후, 집으로 돌아가는 야자와 니코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오늘은 새 노래에 맞춘 의상 때문에 오전 중에 코토리의 집을 찾았다. 다른 멤버의 의상은 이미 완성했지만 이 의상은 이미지에 맞는 것을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려서 직접 코토리의 집에가 받아가게 된 것이다.

"니코짱, 의상이 늦어서 미안. 이거 괜찮다면 동생들이랑 같이 먹어"

새 의상을 받고 돌아올 때, 코토리는 집에서 만든 과자를 쥐어준다. 코토리 특제 치즈 케이크다. 재료를 엄선한 치즈 케이크는 촉촉한 달콤함으로 오후의 티 타임에 안성맞춤의 일품이다. 타르트 부분까지도 제대로 만들어졌다. 무심코 니코는 침을 삼켰다. 이 정도는 가게에서 파는 물건에도 결코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

"고마워. 동생들이랑 같이 먹을게"

니코는 인사를 하고 코토리 집을 나왔다.



"언니, 돌아오셨어요"

현관에 들어서자 코코로가 달려왔다. 코코아의 뒤에 코타로도 거실에서 나와 누나를 반긴다.

"다녀왔어. 오늘은 멋진 선물이 있다구~"

니코는 치즈 케이크가 든 상자를 아주 조금 열어 동생들에게 보였다. 포장까지 예쁘게 되어 있는 것이, 역시 코토리다운 물건이었다. 케이크 상자에서 피어오르는 좋은 향기가 보기만 해도 식욕을 돋우는 황금빛의 치즈 케이크가 동생들의 눈에 반짝 반짝 빛난다.

"언니, 치즈 케이크인가요?"

"아싸! 빨리 먹자 먹자!"

"치-즈-케이-크"

천진난만하게 떠들어대는 동생들을 보고 니코는 상냥하게 웃는다.

"잘라둘 테니까, 꼼꼼하게 손 씻고 와"

언니의 말에 3명은 힘차게 욕실로 달려갔다.


니코는 가방을 자기 방에 놓고 자기도 손을 씻으려고 욕실로 향했다. 케이크 박스는 거실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다. 그런데 화장실에선 조금 문제가 일어나고 있었다.

"핸드로션이 안 나오는데.."

"벌써 다 써버렸나?"

"안-나-와-"

아무래도 핸드로션이 떨어진 모양이다. 니코네 집에서 동생들이 쓰기 편하도록 거품이 있는 ㅇ즈('뮤즈'라는 이름의 비누가 있는 설정을 쓰는 듯 하다) 거품 핸드 로션을 사용하고 있다.

"다 쓴거야? 기다려. 리필병 가져올게."

니코는 욕실의 아래부분에 있는 수납 공간을 열고 리필용 병을 찾았다.

"이상하네.. 분명히 1개가 있었을텐데.."

접때 사재기한 샴푸의 리필 봉투나 뜯지 않은 칫솔을 뒤지며 찾아보지만 리필병은 없었다. 재수없이 헛물 켠 모양이다.

"사러 가야겠네.. 왜 하필 이런 때에.."

단골 약국에서 리필병을 사오는 일에는 시간이 좀 걸린다. 그때까지 동생들에게 치즈케이크를 바라보기만 하도록 하는 것은 아무래도 불쌍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없나 하고 니코는 계속 생각했다.

"그치! 그게 있잖아!"

니코는 평소 가지고 다니는 가방에 휴대용 튜브 핸드로션이 있는 것을 떠올렸다. 학교의 비누는 아무래도 손에 맞지 않아서, 니코는 항상 핸드로션을 갖고 다니는 것이다.

"대신 쓸 핸드 로션이면 많이 가지고 있어. 가방에서 가져올테니 기다려."

그렇게 말하고 니코는 자기 방으로 향했다. 결국 동생들도 뒤에서 따라왔는데 그 모습이 마치 청둥오리의 부모 자식들처럼 사랑스러워서, 니코는 무심코 미소지었다. 가방에 있는 핸드 로션은 충분히 쓸 만한 양이 남아 있었다.

"똑바로 거품을 만들어서 손가락 사이도 잘 씻어."

세면실로 돌아온 동생드은 니코의 말대로 차례차례 손을 씻었다. 그대로 거실에 가는가 싶더니 언니가 손을 씻는 것을 옆에서 지그시 기다리고 있다. 그런 여동생들을 보며 니코는 빨리 케이크를 얇게 썰어주기 위해 얼른 손을 씻었다.

"접시하고 포크 가져갈 거니까 너희들은 거실에서 기다려"

니코의 말을 들은 3명은 거실로 달려갔다. 케이크를 기대하는 것이 분명하다. 아직 저녁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조금 크게 잘라줄까. 그런 것을 생각하며 니코는 주방에서 포크와 접시, 칼을 준비했다. 

'모처럼 코토리가 만들어 준 케이크야. 홍차나 커피도 좋겠지만 동생들을 생각하면 우유가 좋을지도 몰라.'

니코는 머그잔을 3개 꺼냈다. 그때 거실에서 코코로의 비명이 들렸다.

"아아아! 언니!"

목소리부터가 예삿일이 아니다. 니코는 황급히 거실로 향했다.

"코코로, 왜 그래!?"
도착한 니코는 코코로에게 말을 걸었다. 코코로는 테이블을 가리키며 떨고 있었다. 코코아와 코타로도 코코로의 등에 숨듯이 몸을 부치고 있다.

"어, 언니.. 이상한 동물들이 테이블에.."

코코로가 가리킨 테이블을 본 니코는 깜짝 놀랐다. 케이크 박스는 이미 열렸고 4마리의 추한 생물이 치즈 케이크에 달라붙어 있었다.

"이..이게.."

틀림없이, 츙츙이다. 성체가 1마리에 병아리가 2마리. 애완용으로 사육된 츙츙이 버려져 야생화되고 민가에 침입해서 음식이 없나 하면서 돌아다닌다는 말은 뉴스에서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설마 우리집이 피해를 입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자세히 보니 아까까지는 깨끗하게 청소된 바닥이 진흙으로 더러워져 있다.  아무래도 창문 틈으로라도 들어온 것일까.

"치즈 케이크 맛있어칭!"

"히나츙, 피요츙, 많이먹어라츙"

"마-뾰!"

츙츙들은 열심히 치즈케이크를 쪼아먹고 있었다. 각자 다른 곳부터 먹기 시작했기 때문에 치즈케이크는 일그러진 형태로 되어 있다. 게다가 가장자리부터 먹으면 몰라도 케이크 위에 탄 채로 쪼고 있어 위생적으로도 더 이상 먹지 못하게 되었다. 기를 쓰고 먹어대는 탓인지 케이크 조각이 테이블까지 모자라 마루 밑까지 흩어져 있었다.

"잠깐! 뭐하는 거야!"

니코는 츙츙들을 향해서 소리쳤다. 그러나 츙츙들은 요지부동이다. 아마 인간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해를 끼치는 동물에 불과한 츙츙에게서조차 "귀엽다"는둥 넋두리를 해 대면서 먹이를 주는 별난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인간에게 조금은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팍 팍 듬뿍칭"

"많이 먹어서 쑥쑥 커라 츙"

"마-뾰!"

아주 잠깐 눈을 뗀 것일 뿐인데도 츙츙들은 이미 치즈 케이크의 대부분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작은 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탐욕이다.


"케이크, 없어졌어요.."

"아직 한 입도 못 먹었는데.."

"케-이-크-"

동생들이 기대하던 치즈 케이크를 츙츙들이 마구 먹어대므로 멍하니 있었다. 그 슬픈 듯한 모습을 보면서 니코는 가슴이 옥죄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소중한 동생들을 슬프게 한 원흉에 대해서 견딜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왔다.

"까불지 마! 이거 동생들 케이크였다고!"

안색을 바꾸고 고함을 쳐도 츙츙들은 태평하게 테이블 위에서 놀고 있다. 츙츙은 인간의 말을 이야기하는 신기한 생물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인간과 소통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츙츙들은 니코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원래 남의 감정을 신경쓴다는 것이 츙츙이라는 생물에겐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많이 먹었으니 다음은 낮잠자기츙"

"뿌-와오"

"마-뾰..음냐.."

츙츙들은 실컷 먹고 졸음을 느꼈는지, 테이블 위에서 옆으로 눕기 시작했다. 스스로 나갈 기미는 전혀 없는 듯하다.

"남의 집에 들어와놓고 뻔뻔하기 짝이 없어"

이젠 인내의 한계였다. 이 민폐 새같은 것들은 완력으로 몰아내는 수밖에 없겠다. 니코는 츙츙들을 잡고 밖에서 놓아버리기 위해서 손을 뻗었다. 순간 손 끝에 날카로운 통증이 스쳤다.

"아팟! 잠깐, 너 뭐하는 거야!"

어미 츙츙이 부리로 니코의 손가락을 찌른 것이다.

"새끼츙츙들에게 무슨 짓을 할 속셈이야 츙!"

츙츙은 뚱뚱한 몸뚱이를 한껏 크게 보이고 니코를 위협하고 있다. 새끼새들에게 위해가 가해질 것도 생각해서였을까. 일단 가족을 지키겠다는 마음은 있는지도 모른다.

"언니, 괜찮아?"

코코로가 걱정하고 달려왔다. 츙츙에게 쪼인 손가락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부드러운 듯한 겉모습과는 달리 부리는 나름대로 단단한 것 같다.

"엄마츙 쎄다칭!"

"멋있어칭!"

"마-뾰!"

낮잠을 자고 있던 병아리들도 일제히 떠들어댄다. 그 새되고도 어딘가 역겹게 아기자기한 목소리가 니코를 건드렸다.

"히나츙들은 츙츙의 보물이야츙!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킬 거야츙!"

어미츙츙은 그렇게 외치더니, 곁에 있던 니코에게 힘차게 침을 뱉었다.

"아이고! 뭐야 이거, 더러워!"

츙츙이 토한 것은 니코의 스커트에 잔뜩 묻었다. 츙츙의 침은 섭취된 단 것을 신속하게 소화하는 점성이 강하다고 알려져있다. 뿌옇게 흐려진 침은 아까까지 먹은 치즈 케이크와 섞여서 마치 토사물같다. 

"싫어! 이 스커트 산 지 얼마 안 된 건데.."

니코는 패닉 상태가 되어 거실에서 도망쳤다. 끝없는 떠들썩함으로 불안하게 된 것인지, 코타로도 니코를 따라 거실에서 도망쳤다. 야자와네의 온화한 오후는 츙츙에 의해서 완전히 엉망이 되어 버렸다.



"이젠 용서 못 해! 죄다 패버릴거야!"

니코는 곁에 있던 텔레비전 리모컨을 손에 들고 츙츙들에게 다가왔다. 너무 세게 때리면 리모컨이 부서질지도 모르고, 츙츙의 피와 내장으로 더러워질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니코에게 여동생들은 누구보다도 소중한 존재이다. 그 여동생들을 슬프게 한 이 방약무인한 새새끼(칙쇼)들에게는 어설픈 벌로는 모자라는 것이다.

"삐이이이이! 무서워!"

"마-삐요!"

이 무시무시한 표정에 병아리들은 떨고 있었다. 어미츙츙은 병아리의 앞에 다가서며 위협을 한다. 그럼 우선 너부터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리모컨을 내리치는 순간 손 끝에 통증이 스쳤다.

"뭐, 뭐야 이거!"

보니까 아까 츙츙에 쪼인 집게손가락이 멍이라도 든 것처럼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게다가 견디기 힘든 가려움과 통증이 엄습. 니코는 무심코 리모컨을 바닥에 빠뜨려서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언니, 정신 차리세요!"

코코로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대답할 여유는 없었다. 매우 아픈 두번째 관절에 손톱을 세웠찌만 전혀 통증이 가시가 않는다. 츙츙을 몰아내기는커녕 니코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마칭이 이겼다칭!"

"마마칭은 쎄다칭!"

"마-삐요!"

"자, 지금 도망가자츙!"
고통에 몸부림치는 니코를 곁눈질하며, 츙츙들은 유유히 밖으로 도망쳤다. 니코가 너무 고통스러워해서 코코로는 구급차를 부르려 했으나 괜찮다고 니코가 말렸다. 그러나 몸을 떨며 아픔을 참는 니코가 괜찮지 않은 것은 누가 봐도 분명했다. 거실에 돌아온 코코아와 코타로도 언니의 예사롭지 않은 모습을 걱정하고 있다. 코코로는 결심하고 언니의 휴대전화를 썼다. 뭔가 곤란한 일이 있을 때의 긴급 연락처, 마키 언니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다행히 마키 언니는 한 번에 전화를 받았다. 코코로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마키는 그대로 기다리라고 알리고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에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는 구급차가 야자와네 앞에 도착했다. 구급 대원은 녹초가 된 니코를 안고, 니시키노 종합 병원으로 이송했다.
마키가 병원장인 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해 준 덕에 병원에서의 대응은 친절했다. 진잘 결과에는 츙츙에게 쪼였을 때의 상처가 세균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츙츙은 세균, 잡균을 대량으로 보유하는 생물이다. 애완동물 가게에서 팔리는 개체는 충분히 살균처리가 되어있지만 야생화된 츙츙은 예방접종도 아무것도 받지 않아서 세균의 보고로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츙츙에게 부상을 당할 경우 상당한 진행 속도로 상처를 통해서 균이 확산되는 것이다. 일단 발병하면 맹렬한 가려움과 통증을 느낀다. 귀찮은 증세지만 지금은 특효약이 개발되고 있다. 마늘에서 유래한 항균 작용을 가진 알리신을 추출한 토리고로-C를 맞으면 몇 시간 만에 완치할 수 있다. 니코도 링거를 받음으로써 그날 중에 증상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니코는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지만 야자와네는 츙츙들이게 호되게 경을 당하게 되고 말았다. 병원으로 이송된 니코, 방금 샀던 치마를 더럽히게 된 코코아. 츙츙의 피해는 이 두 사람만이 아니었다. 코코로는 니코가 돌아왔을 때부터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니코가 걱정하고 마키에게 전화로 물어본바 새끼츙츙의 솜털이 폐에 들어가고 말았단다. 더구나 이 증세는 딱히 치료를 하지 않으면 나을 듯 했고 실제로도 밤이 되니 코코로의 기침 증세는 나아졌다.(다스릴 치를 쓰는데 나오루 라고 해서 병이 낫는다는 뜻이 있다.) 
코타로는 마음에 들어하던 장난감을 처분해야 했다. 들어올 때인지 나갈 때인지는 몰라도 츙츙들이 똥을 싸고 갔기 때문이다. 츙츙의 똥에도 대량의 잡균이 숨어 있어 제대로 씻었다고 해도 위생적인 면에서 불안함이 남는 것이다. 엄마가 새 장난감을 사 준다고 약속해줘도, 코타로의 표정은 어두웠다.

치즈케이크를 잘못 먹기 시작하여, 야자와네는 바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그것도 모두 그 츙츙들 때문이다. 니코는 다짐했다. 저 새들을 철저하게 혼내주고, 소중한 가족들을 다치게 한 만큼 100배로라도 갚다주겠다고.



니코는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코타로가 모래 장난에 쓰는 삽을 가지고 마당에 구멍을 팠다. 그 새들은 아무래도 정원에서 들어왔다고 한다면 이 근처를 통과한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함정을 만들어 두자. 츙츙은 열성적인 피조물이어서, 일단 단 것을 먹는 등 재미를 보게 되면 꼭 같은 행동을 취한다. 흔히 두번째 츈지(二番チュンジ인데 의미를 모르겠다.)라고 불리는 행동 패턴이다만, 그토록 치즈 케이크를 먹고 만족했으니 조만간 꼭 야자와네를 찾아올 것이다. 니코들이 완전히 얕보이게 되었기 때문에, (츙츙들이) 멋대로 할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니코는 츙츙들이 나오지 못할 정도로 깊은 구덩이를 팠다. 츙츙에겐 날개가 있찌만 빈약한 그것만으로는 날아오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깊은 구덩이를 파고 있으면 츙츙들은 도망갈 수 없는 것이다. 함정 속에는 츙츙을 꾀기 위해서 단 것을 둘 필요가 있지만 마침 수중에는 츙츙들이 좋아한다는 치즈 케이크도 마카롱도 없었기 때문에 훗날 조달하기로 했다.

함정에 쓸 간식은 뜻밖의 곳에서 구할 수 있었다. 츙츙들이 습격한 날 밤, 호노카에게세 메일이 왔다. 어쨋든 상품의 일부를 유통기한 경과에서 처분하게 됐지만 아쉽지 않은 누군가가 맡아주지 않겠냐는 것이다. 우미와 마키는 어이없어했지만 니코에게는 최적의 상태(渡りに船)인 것이다.
나중에 호노카에게서 만쥬를 20개 정도 받게 됐다. 이삭무늬가 명물인 호무라 만쥬다. 츙츙을 유인하기에는 5개 정도면 충분하다. 
역시 친구의 집에서 파는 상품을 츙츙을 잡기 위한 함정으로 쓰는 것은 마음이 아팠기 때문에, 나머지 만쥬는 니코가 먹기로 했다. 유통기한이 임박했다지만 맛에는 손색이 없다. 단맛도 충분하므로 츙츙들도 끌어당길 것이다. 니코는 함정에 만쥬를 설치하고 츙츙들이 오기를 오로지 기다렸다. 카무플라쥬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함정보다는 그냥 평범한 구멍에 불과한 것이지만 츙츙이 지나가면 걸릴 터이다. 니코는 그렇게 믿고 다가올 복수의 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며칠 뒤 (아이돌)연습이 일찍 끝나서 귀가하니 거기에는 니코가 기다리던 광경이 있었다. 구멍 속에 츙츙들이 든 것이다. 성체 1마리에 병아리가 2마리. 그리고 솜털의 병아리가 1마리. 틀림없이 그 때의 츙츙 모녀들이다.

"달고 맛있어칭"

"허너카쨩..허너카쨩의 향기가 나츙"

"마-삐요!"

츙츙들은 그 때와 같이, 호무라 만쥬에 모여서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있다. 흡족한 표정들이다. 틀림없이 구멍에서 나올 수 없는 것을 알고 우왕좌왕하지 않을까 했지만 결국은 3발도 못 가서 잊어먹는 새대가리 새끼들이다. 경솔하게 눈앞의 호무라 만쥬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후후후, 오랜만이지.."

니코는 가방에서 땀 제거용 스프레이를 꺼내어 츙츙 모녀에게 거세게 뿌려댔다.

"삐이이이이!?"

"추워츙!"

"마..삐요.."

츙츙들은 놀라서 도망치려고 하는데 깊이 판 구멍을 기어 올라가지 못했다. 도망 갈 곳을 잃은 츙츙들은 차가운 스프레이에 노출되면서 점차 약해지고 있었다.

"엄마칭, 추워칭.."

"졸려칭.."

" ! 히나츙! 정신차려츙.."

이윽고 츙츙 모녀는 죽은 듯이 꼼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로 죽은 것은 아니다. 츙츙은 빠르게 체온이 저하했을 경우, 가사 상태가 되는 것이다. 차가운 바깥공기에 노출되는 것으로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되지 않도록 하는 방어본능인 듯하다. 니코는 이 습성을 인터넷에서 조사했었다. 이렇게 하면(in this way) 방에 데리고 갈 때 날뛰지 못한다. 그렇게 쉽게 죽여서야 아무 의미가 없다. 이 녀석들은 차분하게 시달리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니코는 일단 자기 방으로 가 츙츙들을 데려갈 준비를 했다. 우선은 주방용 비닐 장갑을 꼈다. 잡균 투성이의 츙츙을 직접 만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병아리의 솜털을 들이마시지 않도록 꽃가루 알레르기용 마스크를 장착한다. 그리고, 코타로가 자주 쓰는 곤충 채집통이다. 뜻밖이긴 하지만 이 플라스틱 통은 츙츙들을 가두기에 충분하다. 준비를 갖춘 니코는 다시 밖으로 나와서 꼼짝도 안 하는 츙츙들을 곤충 채집통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이로써 문자 그대로 새장의 새다. 드디어 애타게 기다렸던 복수의 때가 왔다.



니코는 곤충채집 통을 들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일단 통을 책상 위에 놓고, 소품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따뜻한 방으로 옮겨진 것으로 체온이 돌아온 것일까. 츙츙들은 천천히 눈을 떴다.

"여긴 어디칭?"

"못 나가겠어칭! 엄마칭, 무서워!"

"마-삐요.."

"히나츙들, 괜찮아츙. 츙츙이 뭐라도 할테니츙"

츙츙들은 (여자나 어린아이목소리같이)새된 목소리로 일제히 떠들기 시작했다. 여전히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다. 즉시 처벌을 해서 조용히 시켜야지. 니코는 채집통의 뚜껑을 열고 츙츙들을 위에서 들여다보았다.

"무셔워!"

"마-삐요!"

"히나츙들에게 무슨짓 하면 용서안해츙!"

어미츙츙이 접때와 같이 위협하기 시작했
다. 어차피 질리지도 않고 다시 쪼아보려는 마음이겠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수에는 통하지 않는다. 니코는 곧 손을 뻗지 않고, 2개의 나무 젓가락을 갖다댔기 때문이다.

"잘라버릴거야츙(コウシテヤユチュン)!"

어미츙츙은 나무젓가락을 향해 부리를 곤두세웠지만 전혀 닿지 않는다. 그건 그렇다. 나무 젓가락을 얼마나 쑤셔대든 니코는 아무렇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 젓가락을 필사적으로 쫒아내 보려고 하였지만 츙츙의 모습은 어딘지 우습게 보인다. 니코는 나무 젓가락 끝으로 어미 츙츙의 배를 뒤집었다.

"츙!?"

토실토실한 츙츙의 몸이 뒤쪽으로 굴러간다.

"엄마칭!?"

"마-삐요!"

믿고 있던 어미츙츙이 맥없이 튕겨날아가버리자 새끼츙츙들은 당황했다. 놀란 1마리 히나츙은 어미츙츙을 팽개치고 도망치려고 했지만 밀봉된 채집통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너는 나중에 천천히 놀아 줄게. 지금은 이 쪽에 용건이 있어"

그러면서 니코는 불안한 듯한 어미츙츙 곁의 솜털의 츙츙을 나무 젓가락으로 집었다. 츙츙의 새끼는 부화 후 한동안은 하얀 솜털에 덮여 있다. 츙츙 애호가들에 의하면 이런 츙츙은 히나츙 중에서도 특히 피요츙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뭐 그런 건 지금 니코에겐 아무래도 좋았지만.

"마-삐요. 무서워비요! 마-삐요!"

피요츙은 겁에 질려서 필사적으로 몸을 자지러뜨렸지만, 2개의 젓가락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츙츙은 배를 맞은 통증 때문에 웅크리고 있어서 피요츙을 구출하지 못했다. 혼자 도망치려고 한 히나츙은 구석 쪽에서 떨고 있었다. 벌써 1마리 히나츙도 멍하니 나무 젓가락만 바라볼 뿐이다.


니코는 나무젓가락으로 피요충을 잡은 채 책상에 짓누른다. 피요츙은 힘약한 츙츙중에서도 특히 심약하여 억누르는 것은 쉽다. 오른손으로 피요츙을 짓누른 니코는 왼손으로 오래 돼서 버릴 예정이던 눈썹용 족집게를 들었다.

"네 털 때문에 코코로는 힘든 일을 당했어. 이런 건 전부 다 잡아뜯어버릴거야."

니코는 피요츙의 몸에 족집게를 댔다. 정체불명의 은빛 물체에 피요츙은 떨면서 울부짖었다.

"마-삐요! 마-삐요!"

그 울음소리는 니코를 더욱 건드렸다. 어린 동물의 소리가 들리면 지켜줄 마음이 생길 만하지만 츙츙에게는 예외다.

"피요츙을 괴롭히지마츙! 용서못해츙!"

채집통 안에서 겨우 일어난 츙츙이 플라스틱 벽을 두드리며 떠들어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로 때려도 츙츙의 힘으로 채집통이 깨질 리가 없다.

"거 참 시끄럽네. 거기서 조용히 보라고. 네 새끼가 우롱당하는 모습을.."

니코는 피요츙의 솜털에 족집게를 파묻고 힘껏 뗐다. 뿌직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솜털이 흩날린다. 아니, 흰색이 아니다. 솜털은 군데군데 붉게 물들어 있었다. 너무 세게 뽑아서 피요츙의 가죽까지 떼어낸 것이다.

"피요오오오오오오오!?"

참기 힘든 격통에 피요츙은 절규했다. 족집게는 본디 피부를 상하게 하지 않는 물건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을 기준이로 한 이야기다. 빈약한 피요츙의 솜털을 떼낸 경우엔 피부째 떼어내고도 이상할 것이 없다.

"호라, 다시 한다"

이번에는 벼슬 부분에 파묻고 마구 뽑는다. 미챳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솜털과 붉은 선혈이 튀었다. 하얀색과 빨간색의 불균형한 콘트라스트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피이이이야아아아아아아? 마아피요오오오오오오!"

목이 터질 듯한 정도로 피요츙이 울부짖는다.

"피요츙? 그만해츙! 피요츙 괴롭히지마츙
!"

츙츙은 반미치광이가 되어 채집통의 벽을 치고 몸싸움을 하고 있다. 곁에 있는 히나츙은 눈앞의 참상에 공포를 느낀 나머지 실금하고 말았다. 구석에서 떠는 겁재이 히나츙은 웅크린 채로 필사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아직 전혀 뽑기가 끝나지 않잖아. 여기서부터 피치를 줄까."

니코의 이 말과 동시에 다시 하얀 솜털이 책상 위를 날아올랐다.
"어휴, 겨우 대강 끝났네"

솜털 없애기 작업은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원래 니코는 세밀한 작업은 자신이 없었으나 지금은 피로감보다 충실감이 더한 상황이다. 저 괘씸한 츙츙 가족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라면 약간의 어깨결림따위는 신경 쓸 것 없다. 니코는 핸디 클리너를 켜고 책상에 튀어나온 솜털을 빨아들였다. 솜털을 빼앗기고 벌거숭이가 된 피요츙은 축 늘어져서 움직이지 않는다. 드러낸 피부는 피에 물들어 있고, 일부는 이미 까맸다. 너무 방치하면 출혈로 인해 죽든가 쇠약해져 죽든가 할 수 있다. 이 쪽은 급히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니코는 책상 옆에 둔 종이 봉투에서 빈 페트병을 준비하고 가위로 절반으로 나눴다.

"야야! 잠들 틈은 없다고!"

니코는 다시 나무 젓가락으로 빈사 상태인 피요츙을 잡고, 반쪽짜리 페트병의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만해츙! 피요츙을 내놔츙!"

츙츙은 여전히 새장 속에서 떠들어대고 있다. 니코는 아랑곳하지 않고 페트병에 소량의 액체를 부었다. 야자와네가 애용하는 핸드로션이다. 접때의 그날엔 이것이 바닥나는 바람에 츙츙들에게 치즈케이크를 빼앗기고 말았었다. 그렇다면 이것을 처벌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니코는 생각한 것이다. 야가와네의 핸드 로션은 펌프를 누르면 거품이 나오지만, 본래는 액체 제품이다. 핸드 소프 액이 모이자 축 늘어졌던 피요츙이 벌떡 일어났다.

"비피요오! 아파피요오오!!"

요즘은 자극이 적은 것들도 많이 나오지만 핸드로션이 자극물임에는 변함이 없다. 하물며 솜털을 제거한데다 외상과 내부출혈 투성이의 피요츙에게는 상처에의 소금 이상의 격통일 것이다.

"이걸로 끝나지 않아!"

니코는 더 핸드소프 액을 쏟는다. 피요츙은 이번에는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아픈 몸을 필사적으로 움직여 얼굴을 수면에서 내민다. 그러나 불쌍한 피요츙에게 그런 건 무리한 이야기며 핸드소프액은 피요츙의 입 속으로 스며들어 왔다.

"꼴깍, 콜록..."

이대로라면 단숙 익사이다. 그럼 어떻게든 흥이 깨진다. 니코는 나무젓거락으로 피요츙을 잡고, 일단 핸드소프 액체에서 꺼냈다. 왜냐하면 이렇게 해야 더 고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 아아아 뜨거워피요오오오!"

피요츙은 절규했다. 아프든지 고통도 아니고 뜨겁다고 울부짖고 있다. 그렇다. 뜨거움이다. 경험이 없으면 알 도리가 없겠지만 핸드소프액 같은 세정액을 오음했을 경우, 제일 먼저 덮치는 것은 고통도 구역질도 아니고 뜨거움이다. 목은 신체의 기관 중에서도 특히 민감한 부분이고 일종의 통증은 뜨거운으로 바뀐다. 높은 도수의 술을 들이킨 때의 몇배나 강한 뜨거움이 목을 덮친다.

"뜨거워!!! 뜨거워피요오오오!!"

몸이 뒤틀려버릴 정도의 괴로움을 피요츙은 겪었지만 다시 핸드소프액체속에 처박고 말았다. 이번에는 얼굴부터다. 그리고 다시 올랐다.

"비요요오오오오? 비,비갸아아아아아아!"

아까보다 지독하게 피요츙은 괴로워했다. 목 다음은 눈을 당한 것이다. 츙츙의 신체의 허점은 안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각막은 얇아 작은 충격으로 상처가 잘 생긴다. 이 피요츙도 각막에 상처를 입었고, 거기서 수정체로 한꺼번에 핸드소프액체가 흘러들어갔다. 그 아픔은 잘못해서 눈에 샴푸가 들어갔을 때의 아픔과는 비교할 수 없다. 안구 자체를 움켜쥔 채로 데굴데굴 힘껏 뭉개는 아픔이라고 하면 알기 쉽겠는가. 니코는 절규하는 피요츙을 책상 위에 굴리고, 지켜보았다. 이 병아리는 불과 며칠 후면 죽는다. 그렇다면 차분히 마지막 순간까지 즐기도록 하자.
책상위를 뒹구는 마치 죽음의 무도를 한피요츙은 절명했다. 고통받았을 피요츙의 끔찍한 죽음은 니코의 기분을 조금 누그러뜨려주었다.

"네 새끼, 죽었네"

니코는 새장 속의 츙츙을 보고 웃었다.

"요, 용서못해츙! 잘도 츙츙의 보물인 피요츙을..!"

츙츙은 발을 딛고 니코를 째려본다. 츙츙에게도 가족사랑은 같은 걸까.

"그럼 (비명소리) 들었는데도 왜 너는 돕지 않았어?"

이 물음에 츙츙은 비명소리로 외쳤다.

"츙츙은 도와주려고 했어츙! 네가 가둬놔서 못 구해준거야츙!"

"흠, 당신들의 인연은 고작 그 정도인거네"

츙츙을 상대하는 것도 귀찮아서, 니코는 책상을 치우기 시작했다. 일단 새끼 시체는 휴지에 싸서 음식물 쓰레기에 넣고. 슬슬 저녁 준비를 할 시간이네. 그전에 손을 씻어둘까. 그런걸 생각하며 니코는 피요츙의 사체를 싸서 자기 방을 나섰다. 남은 츙츙은 빨리 여기서 보내줘츙(ハヤクココカラダス)이라고 외쳤지만 헛된 울림일 뿐이었다.

가족과 함께 하는 떠들썩한 저녁 식사를 마친 뒤에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츙츙이 떠들어대고 있을까 했지만 의외로 얌전하다. 채집통을 들여다보면 츙츙들은 발라당 누워있다. 피요츙 이외엔 아직 처벌 안 했는데 이게 웬 일이야. 니코가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츙츙이 쥐어짜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치, 치즈케이크를 내놔츙. 물을 내놔츙. 빨리츙..."

아무래도 배가 고픈 데다 목까지 말라 있다. 그렇게 호무라만쥬를 먹었는데도 벌써 배가 고프다니 대단히 연비가 나쁜 것이다. 아니면 비천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나저나 피요츙을 참혹하게 피살된 데다, 자기들도 포로가 된 몸인데도 여전히 오만한 태도다.

"빠, 빨리츙. 물, 깨끗한 물을 내놔츙.."

츙츙이 자꾸 물을 조른다. 치즈 케이크와 마카롱 말고 그냥 물을 요구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 방이 건조해서 목이 말랐던 걸까. 아니, 아니야. 만쥬다. 달콤한 화과자에는 진한 차가 제격인 건 잘 알지만 원래 화과자가 대부분이 물기 없는 마른 것이어서 그것만 먹으면 몹시 목이 마르다. 천박하게 기를 쓴 것인지 츙츙들은 갈증에 시달리던 중인 것 같다.

"자업자득이야"

니코는 비웃었다. 이대로 츙츙들을 굶주림과 갈증으로 몹시 괴롭히는 것도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천한 츙츙들에게는 안성맞춤인 벌이다. 오늘은 적극적으로 괴롭히는 건 그만두지. 그렇게 생각한 니코는 컴퓨터를 켜고 언제나처럼 마음에 드는 아이돌 동영상을 시청하고 인터넷 서핑을 즐겼다. 채집통에선 물과 식량을 구하는 츙츙의 애처로운 소리가 울렸다.




이틑날 아침, 채집통 속을 확인하자 츙츙들은 더 약해지고 있었다. 돌아올 때까지 버틸는지 걱정스러웠지만 어제 인터넷에서 조사한 한에서는 츙츙은 기아에서는 좀처럼 죽지 않는 것 같다. 폭력에는 취약하지만 이런 부분에는 끈질긴 것 같다. 이 모습이라고 새끼새도 포함해서, 저녁때까지 금식 단수를 시켜도 괜찮은 것 같다.

"물 먹고싶어츙. 히나츙들, 목말라츙.."

기분탓인지 츙츙의 태도도 어젯밤보다는 소극적으로 된 것 같다.

"물 먹고 싶어?:

니코가 묻자 츙츙은 힘껏 알랑거렸다(媚びてきた).

"물을 주면, 용서해줄게츙. 피요츙의 일도 용서해츙!"

츙츙은 물을 얻는 데 필사적이다. 죽은 피요츙의 일은 이제 상관없나. 매정한 일이다. 이러고도 부모인 척 하고 있다면 오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역시 츙츙의 가족의 유대는 뻔하다.그렇다면 이 요구를 들어주는 척 하고 더욱 괴롭힐 테다.

"그러네(그렇네 아님ㅎ). 불쌍해서 물 정도라면 주도록 하지."

니코가 말하자 츙츙은 춤이라도 추듯이 기뻐했다.

"진짜츙? 빠 빠 빨리! 빨리 물 먹고싶어츙!"

니코는 버릴 예정이었던 작은 접시를 꺼내어 침대 머리맡에 항상 두고 있던 페트병에서 물을 부었다.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츙츙들은 환호하고 있다. 전적으로 단순하다. 니코가 물을 부은 작은 접시를 츙츙들에게 보이자 기다리지 못해서 채집통 벽을 두드리고 있다.

"그렇게 서두르지 마. 맛있게 믹스 주스로 줄게"

니코는 그러면서 책상 위에 있던 병을 집었다. 그 병을 보고 츙츙들은 자기도 모르게 말문이 막혔다. 그렇다. 니코가 꺼낸 것은 피요츙을 죽음으로 내몬 핸드 소프액 병이다. 니코는 핸드 소프액을 천천히 작은 접시에 쏟아 부었다.

"자, 잔뜩 마시라고. 목이 마르잖아?"

니코는 채집통의 뚜껑을 열고 중앙에 작은 접시를 놓으면서 재빨리 뚜껑을 내렸다. 츙츙들은 서로 마주보고 가만히 있다.

"그럼 나는 학교에 갈 테니까. 천천히 맛 보시게나."

니코는 멍하니 있는 츙츙들을 곁눈질하며 자기 방에서 떠났다.

제아무리 멍청한 츙츙들도 눈앞에 있는 물을 마시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것을 마시면 피요츙과 같은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피요츙이 갖은 괴롭힘을 당한지 아직 하룻밤밖에 되지 않는다. 과연 그 정도의 지혜쯤은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도 불과 30분까지였다. 식탐을 부리고 호무라만쥬를 먹어치우는 츙츙들의 갈증은 이미 극한 상태까지 이르렀다. 눈앞에 있는 것은 무색투명한 액체. 겉모습은 그냥 물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 마침내 히나츙 중 한 마리가 얼떨결에 작은 접시쪽으로 다가갔다. 츙츙은 황급히 히나츙을 멈추게 한다.

"히나츙, 안돼츙! 이거 마시면 위험해츙!"

"삐이이이! 엄마칭, 목말라칭! 물마시고싶어칭!"

갈증에 시달리던 히나츙은 필사적으로 물을 마시려고 날뛰기 시작했으며 츙츙조차 말리기 쉽지 않았다. 결국 히나츙을 달래는 데는 성공했지만 쓸데없이 체력을 낭비하고 갈증은 심해져만 갔다. 츙츙과 히나츙은 지쳐서 채집통의 벽을 등지고 몸을 뉘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체력이 빼앗기기 때문이다. 몸이 식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생명체로서의 자신의 방어본능은 간신히 2마리를 짧게나마 잠들게 했다.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던 겁쟁이 히나츙은 이를 기회로 보고 작은 접시에 살며시 다가가 물을 마셨다. 그러나 역시 맹렬한 뜨거움이 목을 덮쳐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친다. 히나츙의 비명에 츙츙도 눈을 떴다. 츙츙은 등을 쓰다듬고 히나츙을 달래려고 하지만 별로 효과가 없이 허사로 끝났다. 그러다가 자기들 몰래 물을 독식하려던 히나츙에 대해서 분노까지 느낀 것이었다. 츙츙은 채집통 바닥을 뒹구는 히나츙을 무시하고 구석으로 갔다.

"다녀왔어. 어라어라, 심각하네.."

귀가한 니코가 새장 속을 들여다보니 츙츙들의 똥과 토사물로 심각한 모양이 되어있었다. 작은 접시의 물은 거의 사라졌다. 결국 츙츙은 자신도 갈증에 참을 수 없어 바로 1마리 히나츙과 함께 핸드소프액이 든 물을 마신 것이었따. 그 결과야 말 안 해도 뻔하다. 츙츙은 목을 덮치는 격렬한 뜨거움에 절규하고 실금하다 약간 위 속에 남아있던 것을 다 뱉어 버린 것이다. 채집통은 밀봉되어 있어 냄새는 지독할 것이다.

"좀 봐줘. 너희들, 안그래도 음식물 쓰레기처럼 더러운데.."

니코에게 욕을 먹어도 츙츙들은 더 이상 대꾸할 기력도 없었다. 잠시도 잊을 수 없는 굶주림과 갈증, 목을 찌르는 아픔. 피요츙의 죽음과 갇혀있는 데 데한 스트레스로 빈사 상태에 이르렀다. 

"정말 번거롭네. 금방 죽어도 곤란하고 일단 물하고 먹이만 주도록 할까"

니코는 츙츙에게 물과 먹이를 주기로 했다. 그러나 그냥 주는 것만으로는 아무 재미도 없다. 식사시간도 고통을 주는 것으로 대신하지 않으면 복수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즐거운 식사를 해 보실까요?"
잠에서 츙츙은 눈을 떴다. 순간 견디기 어려운 굶주림과 갈증의 감각이 되살아난다. 조금 있어보니 목의 통증도 덮쳤다.

"이제 싫어츙.. 츙츙은 아무 잘못 안 했어츙.. 괴롭히지마츙.."

오만한 태도를 굽히지 않던 츙츙도 마침내 우는 소리를 내며 숙이게 되었다. 그만큼 굶주림과 갈증은 무시무시한 것이다. 예로부터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한에서 최고의 고문으로서 칭송된 바가 있다.

"목이 말라츙..배고파츙..치즈케이크..허너카쨩.."

츙츙은 기아로부터 잠시라도 벗어나려 다시 눈을 감고 잠들려 했으나, 잠이 들지 않았다. 힘없이 고개를 숙이는 츙츙. 그런데 그런 츙츙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보였다.

"무, 물이 있어츙! 간식도 있어츙!"

채집통의 중앙에는 호무라만쥬와 납작한 접시에 담긴 물이 있었다. 츙츙의 의식이 몽롱하던 중에 놓아둔 것이다.

호무라만쥬는 아까 함정에 놓아둔 것의 나머지고, 물은 새로 부은 것이다. 여기에 핸드 소프 액은 들어있지 않다. 츙츙은 가장 먼저 물 마시는 곳으로 뛰어가, 머리를 파묻었다. 

"뿌하아, 맛있어츙! 마신다 물츙!(노메루오미즈츙)"

츙츙은 위가 터질 기세로 물을 마셨다. 만족할 때까지 마시고 이번에는 호무라만쥬에 뛰어가 쪼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수분과 감미, 츙츙의 단순한 머리는 행복으로 가득했다.

"맛있었어츙. 만족츙."

츙츙이 식사를 마치고 몸을 고르고 있자 채집통의 구석에서 히나츙이 녹초가 되어있는 것이 눈에 비쳤다. 츙츙은 자기가 먹고 마시는 일에 정신없이 히나츙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황급히 히나츙에게 뛰어가서 부둥켜 안고 물 마시는 곳에 데려갔다. 히나츙도 물을 마시고 호무라만쥬를 먹어서 상당히 체력이 회복되었다. 기아의 우려가 없어지면 정신 위생이 안정된다. 츙츙하고 히나츙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퓨아퓨아~♪"

"라뷰라뷰~♪"

츙츙들이 기분좋게 부르는데 갑자기 천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칭칭! 치즈케이크 맛있어칭! 삐햐햐햐햐햐햐"

츙츙들이 목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니 목소리의 주인공은 1마리의 히나츙이었다. 츙츙은 겁쟁이 히나츙을 깜빡 잊고 있었다. 그러나 츙츙이 놀란 것은 그 일이 아니었다. 히나츙이 치즈 케이크를 먹는 것이었다.

"히나츙, 어째서 치즈케이크 먹고 있어츙?"

"이건 히나칭꺼칭! 엄마칭들에겐 안 줄 거야칭!"

츙츙의 물음에 히나츙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 히나츙은 니코가 다른 케이지에 가두어 둔 것이다. 이곳의 케이지는 통기성이 좋고, 바닥에는 향기나는 나무 부스러기가 깔려있다. 음식은 편의점에서 사온 것이지만 치즈 케이크다. 음료로는 물로 알맞게 희석된 달콤한 쿨피스가 그릇에 놓여 있다. 게다가 잘 때 좋아보이는 수건까지 곁들여져있다. 채집통 속의 츙츙들과는 천양지차다.

"삐이이이이! 어째서 우리한테 치즈케이크 없어칭!? 히나칭이 언니니까 치즈케이크 내놔칭!"

츙츙 옆에서 노래를 부르던 히나츙이 짜증을 냈다. 아무래도 이쪽이 누나같다.

"삐이이이! 히나츙이 귀여우니까 치즈케이크 받는 걸로 정해진거야칭!"(モラエタニ キマッテユチン)

여동생 히나츙이 치즈케이크를 쪼며 뻐긴다. 이러니 츙츙도 격노했다.

"히나츙, 치즈케이크를 내놔츙! 그건 우리꺼야츙! 너한테는 과분해츙!"

"무슨 말을 해도 좋아칭. 삐이- 치즈케이크는 달고 맛있어칭♪"

엄마와 누나를 업신여기며 동생 히나츙은 맛있게 치즈케이크를 쪼아먹었다. 츙츙하고 언니 히나츙은 분해서 발을 동동 구르고 한결같이 험한 말을 퍼부어댔지만 도리가 없었다.

"재밌네 이 녀석들, 뭐가 가족의 유대야"

가족 간의 추한 싸움을 보고서 니코는 무심코 웃어버렸다. 그만큼 츙츙의 보물이니 절대로 지킬 거니 하는 등 떠들다가도 여차하면 자기가 가장 소중한 법이다. 츙츙이란 바로 그런 생물인 것이다. 츙츙의 분노의 대상은 이제 니코가 아닌 여동생 히나츙이 되어 있었다.

실컷 물을 달라고 간청했는가 하면서 당장 한 단계 위의 사치를 찾는 것도 우습다. 이런 생물이 정말 자연계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항간에서는 야생 츙츙이 살아갈 수 있는 건 애호파로 불리는 자들이 먹이를 주고 있기 때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고, 츙츙 스스로는 제대로 먹이를 찾지 못한다는 소문도 있다. 나중에는 야자와네로 쳐들어와 먹어치우거나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지배배(ピーチクパーチク)하고 싸우는 츙츙들을 바라보면서, 니코는 다음의 징계를 고민했다.

이튿날 아침, 니코는 통학 전의 츙츙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채집통의 츙츙하고 언니 히나츙은 기아에서 벗어났지만, 여동생 히나츙에 대해 분노한 나머지 잠을 거의 이루지 못한 듯하다. 모두 눈은 붉은 핏발이 서 있다. 그에 비해 여동생 히나츙은 치즈 케이크를 실컷 먹고 만족해서 왕야후유얏츙의 대용품인 수건에 싸여서 자고 있었다.

"야, 너희들. 여기서 치즈케이크 먹은 이 녀석이 밉지?"

니코가 묻자 츙츙들은 언성을 높이며 답했다.

"당연하지츙! 히나츙은 츙츙말을 어겼어츙! 그런 애는 츙츙의 애가 아니야츙!"

"히나칭의 쪽이 언니인데도 무시했어칭! 용서못해칭!"

츙츙들은 너무나 화가 나서 채집통의 벽에 몸을 부딪치고 있다. 치즈케이크를 먹지 않은 것이 상당히 분했을 것이다. 치즈케이크를 빼앗긴 우리 마음을 조금은 알았겠지. 그나저나 츙츙들은 쓸데없는 자존심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럼 너희들 쪽에 이 녀석을 돌려줄게. 그 뒤는 알아서 해."

니코는 잠든 동생 히나츙을 케이지에서 꺼내서 채집통 속에 넣었다.

"그럼 난 학교에 갈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니코는 방을 나섰다. 자, 이제부터가 즐거움이다. 린치의 장면을 직접 보지 못 하는 것은 아쉽지만 츙츙들 가족의 유대가 엉망이 되어 가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니코의 마음이 들썩였다.  
"얼른 일어나츙!"

츙츙의 고함소리에 동생 히나츙은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주위를 보니 아직 절반 가까이 남아있던 치즈케이크도 왕야후유얏츙의 대용품인 수건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올려다보니 화난 츙츙하고 언니 히나츙에게 둘러싸였다.

"왜,왜 엄마칭들이 있는거야칭? 히나칭의 치즈케이크는 어디칭?"

이 판국에 아직 치즈케이크에 집착을 보이는 여동생 히나츙을 츙츙은 난폭하게 밀었다.

"삐이이이이!? 엄마칭, 뭐해칭!"

들이받아져서 엉덩방아를 찧은 여동생 히나츙. 일어나려 했지만 다음엔 언니 히나츙에 등을 밀려 버렸다.

"아,아파칭! 그만해칭!"

갑작스런 폭력에 당황하여 도망치려고 하는 여동생 히나츙. 그러나 이런 좁은 채집통 속에서는 도망칠 장소는 없다. 언니 히나츙이 앞을 막고 있는데다 츙츙에 걷어차이고 말았다.

"아파칭! 아파칭!"

삐-삐- 하며 울고불고하는 히나칭. 그 모습을 츙츙과 언니 히나츙은 업신여기는 눈으로 째려보고 있다.

"치즈케이크를 독차지하는 놈은 츙츙의 아이가 아니야츙!"

"엄마칭!?"

치즈케이크의 원한은 츙츙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게다가 여동생 히나츙은 물을 독차지하려던 일도 있어 츙츙의 분노는 당연한 것이었다. 츙츙의 의절 선언에 여동생 히나츙은 당황했다. 그렇지 않아도 자연계에서 최하층에 위치하는 츙츙이다. 하물며 히나츙으로서는 혼자서는 도저히 혼자서 살아갈 수 없었다. 여동생 히나츙은 필사적으로 츙츙에 매달렸다.

"미얀해칭! 히나츙이 나빠쎠칭! 용셔해칭!"

"시끄러워츙!"

그래도 츙츙의 분노는 가시지 않는다. 실로 무서운 것이 음식의 원한이다. 츙츙은 여동생 히나츙을 밀쳤다. 그리고 언니 히나츙에게 눈짓을 했다. 언니 히나츙은 거기에 대응하고 동생 히나츙을 짓누른다.

"삐이이이이! 뭐야칭!"

불온한 기색을 감지했는지, 여동생 히나츙은 용을 쓰고 도망치려고 한다. 그러나 여동생 히나츙이 빠져나가기 전에 오른쪽 눈을 츙츙의 부리로 찔러버렸다.

"삐갸아아아!?"

온몸의 털이 곤두설 만큼의 통증에 여동생 히나츙은 날아올랐다. 누나 히나츙은 무심코 손을 떼어버렸지만, 이번에는 츙츙이 날개로 여동생 히나츙을 갈겼다.

"꽥!"

여동생 히나츙은 얻어 맞은 충격으로 다시 벌렁 쓰러졌다. 누나 히나츙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동생 히나츙의 얼굴을 짓밟았다가 발톱을 왼쪽 눈에 바짝 밀어붙였다.

"지이이이잉? 아파징! 아파지이이이이이이이잉!"

두 눈을 부서진채 괴로운 표정으로 울부짖는 여동생 히나츙. 츙츙들은 눈이 안 보이게 되어 무저항이 된 여동생 히나츙을 집요하게 발길질했다. 장시간에 걸친 린치 끝에 여동생 히나츙은 칠흑이 된 이 세계에서 영원히 작별을 고하게 됐다.

"이건 또 화려하게 해냈네"

귀가한 니코가 채집통을 확인하자 여동생 히나츙은 이미 피투성이의 고깃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공손하게 벼슬이 시작되는 곳의 체모도 벗겨져 있다. 이건 마치 피요츙의 시체와 같다. 그런 일이 있어서 잘도 똑같은 사형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나저나 츙츙의 분노는 상당한 것이었다고는 한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피투성이 고깃덩이리가 될까. 문득 츙츙들을 보고 니코는 납득했다. 츙츙들의 입가는 피투성이였다. 쪼아서 나온 피가 묻은 것은 아니다. 츙츙들은 동생 히나츙의 고기를 쪼아먹고 있었다. 그 증거로, 어젯밤 준 호무라만쥬만은 이미 먹어치웠다. 아마 허기와 분노가 맞물려서 구타한 여동생 히나츙을 먹은 것이다. 가족이었던 것을 서슴없이 먹으로 삼는 츙츙은 정말 업이 깊은 생물 같다(業が深い生き物のようである).

"너희들, 그걸로 된 거야? 가족이잖아?"

"저런 건 가족이 아니야츙!"

"필요없어서 버렸어칭"

이 질문에도 츙츙들은 아무런 후회도 없는 것 같다 츙츙 일가의 인연은 붕괴 일보 직전이다. 이렇게 되면 마지막 추천을 하겠다. 니코는 여동생 히나츙이 남겼다 먹고 있던 치즈 케이크를 츙츙들에게 보였다.

"츙! 치크케이크츙! 줘츙!"

"치즈케이크!치즈케이크!"

츙츙들은 좁은 새장 속에서 깡충깡충 뛰어다닌다. 츙츙에게는 가족보다 치즈케이크가 중요하다. 끝없는 치사함을 앞두고 니코는 무심결에 한숨을 내쉬었다.

"치즈케이크라면 먹게 해 줄게"

니코의 이 대답에 츙츙들은 날개를 파닥파닥하며 기뻐했다. 서로 껴안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여기만 보면 흐뭇한 가족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니코는 그것이 맥없이 무너질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치만 말이지, 먹어도 되는 쪽은 너희들 중 한 마리 뿐이야."

제시된 조건에 츙츙들은 춤을 그만두었다. 서로의 얼굴과 니코를 번걸아 보고 있었다. 자, 어떻게 할까. 서로 양보하고 가족의 정을 나타내는 것? 그런 것보다 츙츙들에게 그런 고상한 것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 틈을 빠져나가는 것이 훨씬 현실성이 있다.

"치즈케이크 츙츙꺼츙!"

"히나칭꺼칭!"

곧 추한 다툼이 시작됐다. 여동생 히나츙의 시체옆에서 츙츙과 언니 히나츙은 욕심경쟁을 하고 있다. 린치는 의기투합했지만 이 꼴이다. 츙츙은 공동의 적이 없으면 원래 가족으로서의 형태를 이루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긴 원래 니코가 그 공동의 적인데.

"츙츙 말 들어츙!"

"칭!?"

마침내 츙츙이 힘으로 언니 히나츙을 갈겼다. 자신보다 약한 자에게만은 이렇게도 강한 것이다.

"츙츙이 이겼어츙. 빨리 치즈케이크 내놔츙!"

이젠 눈앞의 치즈 케이크밖에 모르는 것 같다. 야자와네에 침입했을 때 한 대사가 그립다. 니코는 마음먹고 언질을 하기로 한다.

"그럼 너에게 치즈 케이크를 줄게. 새끼에겐 먹이도 물도 안 줄거야. 죽어버릴텐데 괜찮아?"

"그런 거 아무래도 좋아츙. 히나츙같은거 얼마든지 낳아츙. 빨리 내놔츙(ヨコス)"

즉시 대답했다. 이로써 츙츙은 언니 히나츙을 지키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히나츙을 어떻게 해도 상관없다고 받아들여도 된다. 

"알았어. 어이, 치즈케이크야. 좋아하는 만큼 먹어"

니코는 채집통의 뚜껑을 열어 츙츙을 잡아 여동생이 있던 케이지로 넣는다. 츙츙은 치즈케이크로 뛰어가며 환희의 표정으로 먹기 시작한다. 

"자, 너는 놀이상대역가 되는 거야"

채집통에 남아 멍하니 있던 언니 히나츙을 향해서, 니코는 2개의 나무 젓가락을 들이댄다.

"아파칭! 살려줘칭!"

니코는 피요츙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젓가락으로 책상에 짓누른 히나츙의 털을 뽑기 히작했다. 피요츙의 솜털에 비하면 뽑기 어려운 것이라서 힘을 줘서 뽑았다.

"피갸아아아아!?"

히나츙은 아파하지만 털이 너무 빠지지 않는다. 나중의 과정도 생각해보면 털은 제거해야겠지만 뭔가 다른 수단을 생각하는 게 좋다. 히나츙이 비명을 질렀기 때문에 츙츙은 돌아섰지만 곧 치즈케이크를 먹는 작업으로 되돌아갔다. 작은 소리지만 츙츙은 상관없어츙 하고 말하고 있다. 히나츙은 완전히 버려진 것이다.

"족집게는 너무 작네. 이게 좋을까"

니코는 책상 연필꽃이에서 커터칼을 꺼냈다. 똑딱똑딱 칼을 조정하는 소리에 히나츙은 벌써 떨고 있다.

"싫어칭! 아픈거싫어칭! 엄마칭 구해줘칭!"

필사의 외침도 허망하게, 커터칼의 칼날이 히나츙의 몸에 닿고 니코는 단숨에 칼을 당긴다.

"지이이이이이잉!?"

선혈과 함께 누추한 잿빛이 도는 털이 빠졌다. 역시 표면의 얇은 껍질을 떼어 내는 편이 빠르다. 요령을 터득한 니코는 능숙한 솜씨로 히나츙의 털과 가죽을 벗져내갔다. 족집제로 솜털을 뽑는 것보다 이쪽이 간단하다. 잠시후, 히나츙은 벌거숭이가 되었다. 이미 다 죽어가는 목숨이지만 하이라이트는 지금부터다. 니코는 나무 젓가락으로 히나츙을 잡아 빈 병 속에 집어넣었다. 방어도 못 하고 꼴사납게 넘어지는 히나츙.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 히나츙이지만 그 머리 위에서 대량의 압정이 쏟아졌다.

"피이이이이!?"

압정에 찔려서 아픈 것은 대개 여기에서 힘을 가한 경우이다. 그 전형은 맨발로 밟은 경우다. 이에 반해서 신체에 압정을 떨어뜨린 경우는 끝부분이 아래를 향하고 있더라도 통증은 거의 없다. 역학적으로 박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히나츙은 패닉상태가 되어있었다. 쏟아진 압정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고 말았다. 병의 바닥에 쌓인 압정에 히나츙이 움직이게 된 것이다. 당연히 압정의 끝은 가차없이 히나츙의 몸을 뚫었다.

"비이이이이이! 아파칭! 아파칭!"

바스락거릴수록, 체모로 보호되지 않는 무방비한 피부가 압정의 먹이가 된다. 투명한 병 속은 황금빛 압정과 히나츙의 붉은 피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만화경같은 야릇한 색채를 자아내고 있었다. 꽤 보기드문 광경을 봤다고 니코는 만족했다. 츙츙은 여전히 외면하면서 치즈케이크를 쪼아먹고 있다. 슬슬 마무리다. 니코는 병뚜껑을 닫고 제대로 잠갔다. 병울 양손으로 잡고, 리드미컬하게 흔든다. 남의 눈에서는 숙련된 바텐더가 칵테일을 흔드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도망 갈 곳 없는 가시투성이의 공간에 가둬 강하게 흔들면 어떨까. 한마디로 나타내면, 믹서기이다. 그것도, 아픔조차 느껴지지 않는 채 죽음을 맞이하는 믹서와 달리 몸이 깨지는 것을 심하게 느끼면서 가지고 놀다가 죽이는 것이다.

"비갸아아아아아!"

히나츙이 절규한다. 눈을 당했나? 아니면 몹시 다친 목을 당했나? 그건 뚜껑을 열어서야 알게 된다. 니코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죽음의 셰이크를 계속했다. 마음에 드는 곡을 여러곡 듣는 것이 끝난 단계에서 니코는 셰이크를 끊었다. 이미 히나츙의 비명이 그쳐있다. 병을 책상 위에 두니 뻑뻑한 검붉은 액체가 병의 측면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역시 털을 뽑는 것이 정답이었다. 무방비한 몸을 뚫고, 히나츙은 피까지 모자라 내장까지 뱉은 것 같다. 끈적끈적했던 피가 병의 바닥까지 고여 마치 토마토 소스 병 같다. 피 속에서 히나츙의 몸이 떠올랐다. 오른쪽 눈에 압정이 박히고 부리는 위쪽 절반이 떨어져 있었다. 죽은 것이 확실했다. 이로써 뒤에 1마리다. 태평하게 치즈케이크를 쪼아먹고 있는 츙츙 뒤로 니코는 천천히 젓가락을 들이댄다.

"놔츙! 츙츙에게 뭐하는거야츙! 치즈케이크 내놔츙!"
치즈케이크를 먹는 것을 방해받아 츙츙은 매우 저기압이다. 히나츙을 잃은 것에는 괜찮다가 젓가락으로 집어서 치즈케이크에서 끌어낸 것에는 화내는 것이 자못(생각보다 매우) 츙츙답다. 그나저나 잘도 날뛴다. 피요츙과 히나츙과 달리 역시 성체의 츙츙을 젓가락으로 짓누르기는 어렵다.

"방법이 없어.."

 니코는 책상 머리에 놓아두었던 자루에서 마늘을 꺼냈다. 수입물이 아닌 아오모리에서 손을 대어 재배된 일품이다. 좀 값은 치지만 크고 식욕을 돋우는 향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츙츙에게 마늘은 금지 중의 금기이다. 봉지에서 꺼내 냄새가 좀 나는 것만으로도 무서워하기 시작했다.

"츙!? 마늘 싫어츙! 저쪽으로 치워츙!"

츙츙은 날뛰거나 하진 않고 벌벌 떨고 있다. 효과가 직방이다. 괜히 오랫동안 액막이로 쓰인 것이 아니다. 니코는 마늘이 더러워지지 않을 정도로 츙츙에게 들이댔다.

"삐이이이이? 그만해츙! 그만해츄..가.."

츙츙은 혀가 꼬부라져서 말할 수 없게 됐다. 마늘의 냄새가 츙츙의 장식뿐인 뇌를 자극하고 신경을 마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입가가 따르르 떨렸고 부리는 부자연스럽게 일그러지고 있다. 이것이 마늘을 가까이 대었을 때의 츙츙의 전형적인 증세로 회개륭악回蓋隆顎(해외유학かいがいりゅうがく)으로 불린다.

"겨우 점잖아진 거야"

몸을 꼼짝도 안 하게 된 츙츙을 보고 니코는 마늘을 봉투에 돌렸다. 일단 마늘을 맡게 하면 한동안은 얌전하게 된다. 니코는 커터의 칼날을 밀어 올려서 족집게 작
업에 착수했다.

"그,그만해츙..츙츙은 귀여워츙..괴롭히지마츙.."

떨리는 목소리로 간청했던 츙츙이지만 니코는 담담하게 작업을 진행한다. 우선은 배의 털을 단숨에 뗐다.

"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방금 히나츙이 된 것과 같은 고통을 맛보다가 기절한 츙츙. 즉시 이번에는 벼슬을 떼어냈다. 다음은 뒤집에 등의 털을 뜯는다. 츙츙의 절규와 함께 선혈이 솟구치지만 치즈케이크를 먹어뒀기 때문에 체력은 충분히 남아있다. 니코는 능숙한 솜씨로 츙츙을 튀한다.

"네가 원흉이니까 처벌은 풀코스로 할 거니까 각오해."

털을 뜯다 만 니코는 처벌의 준비를 진행했다. 츙츙은 피투성이의 꼴사나운 모습으로 책상에 엎드렸다. 그러나 츙츙에게 휴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니코는 족집게를 써서 츙츙의 입을 열어젖힌다. 츙츙은 괴로운 듯이 신음하지만 마늘과 출혈에 의해서 반항할 기운이 이미 빼앗긴 상태였다. 츙츙의 입에는 빨대가 꽃혔다. 빨대는 옆에 둔 페트병으로 이어진다. 병에 든 무색 투명한 액체는 물론 물이 아니라 핸드소프 액체이다. 니코는 천천히 무자비하게 액체를 따르기 시작했다.

"꼴깍..오아악..."

츙츙은 뱉으려 했으나 입이 짓눌려있어서 핸드로션의 탁류를 거부하지 못한다. 질식하지 않을 정도까지 찼을때 빨대가 빠져나온다. 그 순간 파괴될 정도의 뜨거움이 츙츙의 목을 덮쳤다. 

"츄우우웅? 뜨거워츙! 뜨거워츄우우우웅!"

츙츙은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열심히 털 없는 날개를 파닥파닥하고 있다. 이번에는 물을 전혀 섞이 않은 핸드로션의 원액이어서 고통은 지난번에 비길 바가 못된다.

"물, 물먹고싶어! 빠,빨리줘츙!"

눈에서 눈물을 쏟으며 간청하는 츙츙. 가끔 짧은 날갤 목을 짓누르고 있는 것은 구역질을 하려는 건가. 니코는 빨대를 츙츙의 얼굴 위에 댔다. 끝에서 핸드소프 액체가 떨어진다.  투명한 액체는 츙츙의 왼쪽 눈에 넘쳐흐른다.

"비이이이 싫어어어어어어어!?"

츙츙의 까만 눈이 붉게 흐려진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각막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핸드소프액은 츙츙의 수정체를 바로 침범했다.

"아파츙! 어두워츙! 안보여츄우웅!"

실명한 채로 뒹구는 츙츙. 니코는 나무 젓가락으로 츙츙을 잡았다. 다음은 오른쪽 눈이다. 니코는 책상 머리에 놓아두었던 조각칼 세트를 더듬어 찾았다. 중학생 때 쓴 뒤 선반에 처박아버린 것이다.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츙츙의 눈을 도려낸다면 小角刀이 좋다. 니코는 小角刀을 손에 들고 츙츙의 오른쪽 눈을 찔렀다.

"츄우우우웅? 아파츙아파츙아파츄우우우웅!"

암흑 속에 던져진 츙츙. 니코가 小角刀을 빼니 젤리 모양의 것이 붙은 검붉은 구체가 날아갔다.

"더럽네. 죽는 순간이니만큼은 예쁘게 죽으라고.."

니코는 이런이런 하고 한숨을 쉬다가 다음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에는 재봉 세트를 꺼냈다. 이것도 옛날에 쓴 것이다. 시침 바늘을 꺼내들고 서서히 츙츙의 머리를 가른다.

"츄갸아아아아아아아!"

츙츙은 입에서 피를 토하고 경련을 시작했다.

"저기저기말야, 한방 더 간다"

니코는 담담하게 시침 바늘을 꽂는다. 형형색색의 시침핀이 박힌 것으로 츙츙에게 볏이 달린 것으로 보인다. 시침핀은 점점 늘어가, 마침내 5개 모두 써버려서 니코는 히나츙을 믹서기처럼 하고 남은 압정도 박기 시작했다.

"지,지아..."

츙츙의 반응은 점차 약해진다. 슬슬 한계가 왔다. 다음이 최후일지도 모른다. 모처럼의 쐐기는 화려하게 시달리기 바란다. 니코는 포켓 티슈를 츙츙의 머리 위에 내걸었다. 그 순간 죽음으로 향하던 츙츙에게 생기가 돌아왔다.

"츙? 허,허너카쨩! 어디츙? 허너카쨩!"

그렇다. 이 휴지는 호노카에게서 빌린 것이었다. 예쩐에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호노카가 야생 츙츙들에게 얽힌 적이 있었다. 주의를 돌릴 달콤한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호노카는 곤란했다. 마침 곁에 있던 니코가 티슈라도 주면 좋지 않겠냐고 조언하자 츙츙들은 환호하며 티슈 쟁탈전을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츙츙들은 호노카에게 개인적으로 이상하리만치 관심을 갖고 있다. 니코는 그 일을 기억하고 있으며 호노카에게서 화장지를 빌린 것이다. 냄새로 호노카의 티슈의 존재를 간파한 츙츙은 망가진 몸을 필사적으로 움직이려고 했다.

"허, 허너카쨩. 지금 갈게츙.."

아무래도 발정하고 있다. 이렇게 사랑받는 호노카도 안타깝지만, 이렇게 되길 원했다. 츙츙의 아랫배가 그윽하고 엷은 분홍빛에 물든 것이다. 흥분하여 외부 생식기의 위치가 뚜렷이 드러난 것이다. 이를 놓칠 수 없다. 여기는 츙츙의 급소이며 최대의 고통을 주는 부분이다. 지금이라면 흥분하여 의식도 얼마간 돌아와있다. 니코는 小角刀을 손에 들고 혼신의 힘으로 츙츙의 음부를 찔렀다.

"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츙츙은 목이 찢어질 정도로 절규했다. 그 비명은 영원할 게 아닌가 생각됐다. 小角刀끝은 끈적끈적한 피로 붉게 물들어있다. 칼날은 책삭을 뚫을 정도로 깊게 관통하고 있다.

"아파츄웅, 아파츄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허너커쨩, 허너카쨩, 허너카쨔아아아아아아앙!"

츙츙은 공중제비를 치면서 굴렀다. 미칠 듯이 소리지르며 책상위를 몸부림친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기세 좋게 피가 넘쳐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다. 결국 비명은 약해지고 언제부터인가 이 방은 침묵만 흘렀다. 츙츙은 고생 끝에 숨이 끊기고 만 것이다.

"겨우 죽었네. 이걸로 마음이 조금은 나아졌어."

니코는 지저분하게 버려진 책상 위를 치우기 시작했다. 이번 일요일은 코토리가 놀러온다. 생크림이 푸짐한 쇼트케이크 만드는 법을 배울 예정이다. 이번이야말로 마음에 드는 맛있는 케이크를 맛보자. 굉장히 맛있는 것을 만들지 않으면 안돼. 즐거운 주말을 떠올리는 그 표정은 쾌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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